얼마 전 한 리더가 '위임'에 대해 고민하며 질문을 해왔다. "제대로 챙기면 간섭하고 위임하지 않는다고 하니 나쁜 리더가 되는 느낌입니다. 직원들에게 맡기면 좋은 리더가 되는 것 같긴 한데 문제가 종종 생깁니다. 게다가 상사가 세부 사항을 물을 때 대답을 못 하게 됩니다. 도대체 위임을 어떻게 해야 하나요?“

이에 대해서는 인텔의 CEO였던 앤드루 그로브가 그의 책에서 말한 바가 있기에 이를 정리해본다.

1. 위임을 하더라도 그 일의 책임은 리더의 것이다.

2. 위임한 업무는 방치하는 것이 아니라 모니터링해야 한다. 모니터링은 간섭이 아니다. 모니터링은 어떤 활동이 기대에 부응하여 진행되는지 확인하는 것이다.

3. 위임은 자신이 모르는 분야보다 자신이 잘 아는 분야를 위임하는 편이 낫다. 왜냐하면 자신에게 익숙한 활동은 모니터링하기 쉽기 때문이다. 모르는 분야는 실무진에게 배우면서 맥을 잡아야 한다.

4. 모니터링은 업무 프로세스 초기 단계부터 수행하는 것이 좋다. 보고서 작성을 위임한다면 초안 단계에서 검토하라. 기초적 결함이 있는 상태에서 최종본까지 맡기고 나중에 검토하면 처음부터 재작업이 이루어지는 경우들이 발생한다. 당연히 직원들의 의욕도 떨어진다.

5. 직원들의 업무를 모니터링하고 확인하는 횟수는 직원과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직원에 대한 신임도가 아니라 직원의 경험과 예전의 성과에 따라 횟수를 늘리거나 줄인다. 업무가 무리 없이 진척되면 강도와 빈도를 낮춘다.

6. 가끔 무작위로 세부 사항을 검토하라. 하나하나 확인할 필요는 없다. 일이 잘 진척되는지 효과적인 질문을 통해서 확인할 수 있다.

7. 최고의 관리 스타일은 직원들의 업무 성숙도에 달렸다. 성숙도가 낮을 때는 정확히 관찰하고 상세한 지시를 내린다. 성숙도가 높아지면 소통, 지지, 격려를 늘리고 성숙도가 더 높으면 관여를 최소화한다.

8. 사람이 일을 하지 않는 이유는 그 일을 할 수 없거나 하려고 하지 않는 것이다. 전자는 능력이고 후자는 동기이다. 전자가 부족한 직원에게는 교육을, 후자가 부족한 직원은 동기부여를 위한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능력 자체가 부족한 직원에게 격려만 한다고 성과가 나는 것이 아니다.

9. 갑자기 상황이 변하면 달라질 필요가 있다. 평시에는 구성원들이 알아서 하고 리더는 모니터링만 하다가도, 위기에는 명확히 지시하는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

10. 그러나 어떠한 경우에도 조직 공동의 목적, 가치를 공유하고 모니터링하고 피드백과 코칭을 하는 것이 리더의 역할이다.
출처=게티이미지뱅크
출처=게티이미지뱅크

그래서 '위임'은 방치가 아니다. 왜냐하면 모든 책임은 위임한 자에게 있기 때문이다. 또한, 리더들은 구성원들의 성숙도와 상황에 따라 자신이 관여해야 할 폭과 깊이, 스타일이 달라진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훌륭한 리더는 착한 리더도, 흔히 말하는 ‘똑게’(똑똑하면서 게으른)도 아니다. '아무것도 안 하는 리더가 훌륭하다'든지 '모든 디테일을 챙기는 리더가 훌륭하다'든지 하는 주장은 극단적이니 따라 하는 것은 위험하다. 노련한 직원들과 일하는 리더와 해병대 신입 지원자들을 훈련하는 리더가 똑같이 행동할 수는 없다.

훌륭한 리더는 어떤 구성원들을 맡아도 이에 맞는 적절한 리더십을 발휘해서 좋은 성과를 내는 리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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