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통령이 마이크로소프트의 틱톡 인수에 대해 승인 의사를 밝히면서 중국 바이트댄스 소유인 미국 틱톡은 MS의 품 안으로 갈 가능성이 커졌다. 트럼프는 모든 거래가 9월 15일 전에 이뤄져야 하며 이를 넘기면 미국에서 틱톡은 문을 닫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원래 MS의 인수조차도 반대했던 트럼프가 하루 만에 태도를 바꾼 것은 MS가 틱톡을 인수하면 바이트댄스와의 관계를 완전히 끊겠다고 약속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그런데 기업용 소프트웨어를 주로 판매해온 MS는 왜 틱톡을 사려는 것일까?

틱톡은 얼마나 ‘핫’한가? 틱톡은 15초짜리 짧은 동영상을 제작해 공유하는 앱으로 재미와 중독성이 있어 Z세대에 인기가 폭발적이다. 누적 다운로드가 20억 건이 넘고 전 세계 사용자가 8억 명에 달한다. 미국에서만 매일 8,000만 명이 틱톡에 접속한다. 기업가치는 대략 1,000억 달러(119조 원). 투자자들도 소프트뱅크, 세콰이어캐피탈 등 쟁쟁하다.

‘MS와 틱톡’ 어색한 조합 아닌가? “이해하기 힘들 정도로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라는 반응도 있다. 클라우드 컴퓨팅, 기업 소프트웨어가 중심인 MS의 사업들과 10~20대 대상의 동영상 공유 플랫폼이 무슨 관련이 있냐는 것이다. 애널리스트 패트릭 무어헤드는 “구매자가 MS라는 사실에 상당히 놀랐다”며 “비즈니스와 소비자의 생산성에 도움이 되는 기술을 만든다는 나델라의 비전과 일치하지 않는다. 성격이 완전 다르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런데 왜 인수하겠다는 것인가? 크게 4가지 이유가 있다. 



▲링크드인 공동창업자들과 사티아 나델라/ 출처: MS
▲링크드인 공동창업자들과 사티아 나델라/ 출처: MS

① 사실 MS도 B2C 포트폴리오를 가지고 있다.

2014년 CEO로 부임한 사티아 나델라는 B2B와 인공지능 등의 기술에 투자해온 것으로 평가된다. 그런데 사실 나델라는 꾸준히 B2C에 투자를 해왔다. 2014년 ‘마인크래프트’를 개발한 ‘모장’을 25억 달러에 인수했고, 2016년 인맥 사이트 ‘링크드인’을 260억 달러에 사들였다. 2018년엔 개발자 협업 오픈 플랫폼인 ‘깃허브’를 75억 달러에, 2020년 3월엔 SNS 플랫폼 등에 들어가는 네트워크 기술회사 ‘어펌드 네트웍스’를 13억5,000만 달러에 인수했다. 틱톡 인수는 B2C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하려는 계획의 일부라는 것이다.

② 소셜미디어 플레이어는 MS의 오랜 꿈이다.

인터넷 브라우저 ‘익스플로러’를 가지고 있는 MS는 플랫폼 사업에 대한 야망을 품어왔다. 2008년엔 인터넷 서비스 사업을 확장하려고 450억 달러에 야후의 전체사업을 사려 했고, 2007년엔 페이스북에 240억 달러 규모의 인수를 제안했다. 하지만 거래는 성사되지 못했다.

직접 구축한 플랫폼 및 네트워킹 사이트가 실패로 돌아가기도 했다. 검색엔진인 ‘빙(Bing)’은 구글에 밀려 고군분투하는 중이고, 비디오 게임 애호가들을 대상으로 한 라이브 스트리밍 플랫폼인 ‘믹서(Mixer)’는 2020년 6월 서비스를 종료했다.

MS가 인스타그램, 페이스북과 견줄만한 사용자 수와 파급력을 가진 틱톡을 품에 안는다면 상황은 완전히 달라진다. 세계 최대 네트워킹 플랫폼 중 하나를 보유하게 되는 것이다. MS가 백악관의 요구에 따라 미국을 넘어 캐나다, 오스트레일리아, 뉴질랜드 등 다른 지역의 틱톡 사업부까지 협상 대상에 포함한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미국 투자회사 ‘웨드버시 시큐리티’의 분석가 댄 아이브스는 “링크드인 인수는 성공적이었지만 전문직 사용자들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MS는 틱톡 인수로 대중 중심의 네트워킹 서비스를 시도할 수 있게 됐다”며 “MS는 거대한 소셜미디어 플레이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③ 기존 사업과 시너지도 낼 수 있다.

기존 사업 중 틱톡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것도 있다. 대표적으로 소비자용 게임기 ‘엑스박스(XBOX).’ 엑스박스엔 플레이어들이 인터넷을 통해 실시간으로 대화하고 친분을 쌓을 수 있는 SNS 기능이 있는데 이를 틱톡과 연동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가령 게임 플레이 화면을 녹화해 틱톡에 공유할 수 있게 하거나 반대로 틱톡의 친구를 게임에 초대할 수 있다.

인공지능 분야에서도 협력 할 수 있다. 현재 MS에는 자신들이 개발한 AI를 적용해 볼 수 있는 소비자 테스트 환경이 많지 않다. MS오피스만으로는 부족하다. 틱톡을 인수할 경우 MS는 젊은 세대들을 대상으로 앱에서 다양한 AI 기능을 실험해볼 수 있다. 이미 틱톡은 얼굴 인식, 메이크업 필터와 같은 기능들에서 자체 AI 기술을 사용하고 있기도 하다.

④ 데이터, 데이터, 데이터

그동안 MS는 소비자 중심 서비스에선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다. 그런 탓에 소비자 행동에 대한 통찰을 얻을 수 있는 데이터가 많이 없다. 반면 틱톡에선 매일 전 세계 수억 명의 사용자의 행동 패턴 데이터가 쌓이고 있다.

MS는 틱톡에서 발생한 데이터를 이용해 젊은 세대가 디지털 세계에서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 이해할 수 있다. 그 결과를 바탕으로 신규 서비스를 내놓을 수 있다. 실제로 MS는 지난 2일 블로그에 올린 글에서 “그동안 모은 틱톡 미국 사용자의 모든 개인 데이터는 미국에 남아 있도록 보장할 것”이라며 데이터 소유권이 자사에 있음을 강조했다. 


▲틱톡의 게시물들 /출처: TikTok
▲틱톡의 게시물들 /출처: TikTok


MS의 틱톡도 계속 잘 나갈까? 미국 투자회사들은 MS가 이번 인수를 위해 틱톡에 최소 300억 달러(35조8,000억 원) 이상을 쓸 것으로 본다. MS가 틱톡을 어떻게 경영할지에 대한 계획을 발표하진 않았지만, 별도 조직으로 운영될 거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마인크래프트 개발사인 모장, 링크드인, 깃허브 등 그동안 인수했던 기업들을 독립 사업체 방식으로 분리 운영해 성공했기 때문이다. 반면 MS가 경영에 개입했던 영상통화 서비스 앱 스카이프나 노키아의 전화 사업 부문은 큰 성과를 내지 못했다.

MS 체제하의 틱톡이 지금처럼 잘 나갈 수 있을지는 누구도 확신할 수 없다. 틱톡 인수를 놓고 시끄러웠던 사이에 스냅챗, 페이스북 등 경쟁사들은 잇달아 틱톡과 비슷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능들을 내놓고 있다.

다만 틱톡의 잠재력에 대해선 높이 평가하는 이들이 많다. 리서치회사 ‘크리에이티브 스트래지스’의 분석가 캐롤라이나 밀라네시는 “스냅도, 인스타그램도 이미 틱톡과 비슷한 것들을 시도했었다. 하지만 틱톡이 두각을 나타낸 건 그만한 이유가 있기 때문”이라며 “이번 인수로 MS는 젊은 층으로부터 호평을 받고 미래 고객들을 확보하게 됐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