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연한 봄 날씨의 16일 오후 1시30분 장미꽃 100송이를 들고 가는 한 중년 신사를 길에서 마주쳤다. 


검정색 선글라스에 이어폰을 귀에 꽂은 채 서울 세종대로 대한상공회의소 앞을 유유히 지나가던 이 남성은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두산그룹 회장)이었다.

 

박 회장은 신문지로 둘둘 말은 장미꽃 100송이를 옆구리에 끼고 혼자 상공회의소 건물로 들어가는 길이었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와의 미팅까지는 시간이 남아서 잠시 짬을 내 산책을 하다 오던 중 꽃 파는 노점을 발견해 샀다고 한다.

 

‘왜 100송이나 샀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박 회장은 "지나던 길에 노점에서 할머니가 꽃을 팔고 있어 사게 됐다"고 답하며 웃었다. 

나중에 상공회의소 근처 노점에서 박 회장에게 장미꽃을 팔았던 상인에게 물어보니 "인상 좋은 한 중년 남자가 통 크게 장미꽃 100송이를 사갔다"며 "포장도 필요 없다면서 신문지로 싸달라고 했다"고 말했다.

 

박 회장은 대기업 총수답지 않은 소탈한 성격으로 유명하다. SNS를 통해 세대를 불문하고 두루 소통한다. 글을 쓰고 사진 찍기도 좋아한다. 젊은 시절 꿈이 사진기자였을 정도이다.


박 회장이 돋보이는 이유는 대기업 총수 가운데 워낙 그런 사람이 없기 때문일 것이다. 미국은 길 가다가 부딪히는 사람이 스티브 잡스였고, 마크 저커버그라 하는데 박 회장 같은 대기업 CEO들이 많았으면 한다. /사진=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