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카르트는 <방법서설(Discours de la methode)>에서 어떤 회의주의자도 부정할 수 없는 제1명제를 밝혔다. ‘나는 생각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
'내가 사유하는 동안만 내가 존재하고 사유를 멈추자마자 존재하는 것을 멈춘다'는 것에서 알 수 있는 것은 데카르트가 ‘존재’한다고 말한 것은 육체를 포함하는 나의 실존은 아니었던 것이다.
그가 존재한다고 했던 것은 순수한 생각, 혹은 그의 말을 빌리자면 정신, 영혼, 지성 혹은 이성을 의미했다. 이렇게 보면 그가 말한 존재란 육체와는 아무 관련이 없었던 셈이다.
이 점에서 데카르트의 유명한 심신이원론(心身二元論)이 나온다. 그에게 육체는 순수한 생각, 혹은 이성의 잉여지대에 있는 것에 불과했다.
데카르트가 말한 이성은 무엇인가를 의심할 때 가장 분명하게 드러난다. 의심할 때만큼 인간의 생각이 왕성하게 작동하는 경우도 없을 테니 말이다.
의심한다는 것은 참이라고 통용되는 진리에 다시 근거를 요구하는 것이다. 의심한다는 것은 내가 지금까지 참이라고 믿고 있던 것이 진정으로 참일 수 있는지 근거를 찾는 것을 의미한다.
이 점에서 이성(reason)이란 말이 가진 함의는 매우 시사적이다. reason이란 단어는 인간이 가진 추리능력 뿐만 아니라 이유나 근거의 능력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이성은 ‘이유를 댈 수 있는 능력’이라 정의될 수 있다.
‘내가 사유, 혹은 의심하고 있지 않으면 내 육신은 살아 있으나 내 존재는 없는 것과 같다'는 데카르트의 말은 ‘항상 깨어 있어야 한다’는 우리가 흔히 듣는 자기계발서의 철학적 근거가 되는 말이었음을 새삼 깨닫게 된다.
그가 말하는 인간의 이성이 갖는 속성으로서의 생각은 단순한 사념이 아니라 이성적인 의심을 의미한다. 아무런 의심 없이, 아무런 고민 없이,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영혼은 살아 있으되 죽은 것과 다름없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