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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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패러디해봤습니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르는 것은 어리석음이 아니라 용기일 수 있습니다.

“여보, 아무래도 거위 배를 갈라버려야겠어.”
남편의 갑작스런 말에 아내는 어느 정도 예상했다는 표정이었다.
“내 마음... 알지?”
아내는 고개를 끄덕였다.

숲속에서 우연히 그 거위를 발견한 건 6개월 전. 제대로 먹지 못했던지 다 죽어가는 녀석을 데리고 와서 잘 먹이고 보살폈다. 며칠 뒤 그 거위가 알을 낳았는데 세상에나 황금알이었다. 손가락 두 마디 정도 크기.

처음엔 색깔만 노란 색인가보다 생각했는데 아무래도 예사스럽지 않아 시내에 가서 확인해봤더니 금은방 김 사장 말이 99% 순금이란다. 이게 어떻게 된 일? 없는 살림이지만 그래도 열심히 착하게 살았다고 하늘이 선물이라도 내리신 걸까?

이틀, 사흘, 일주일, 한 달. 거위는 거르지 않고 매일 1개씩 황금알을 낳았다. 이럴 줄 알았으면 그냥 조용히 있는 건데 금은방 김 사장이 소문을 내는 바람에 이미 농부 부부는 그 마을의 화젯거리가 되었다. 부부는 혹시라도 누가 거위를 훔쳐갈까 걱정됐다. 취업준비를 위해 학원 다니던 아들과 함께 3교대로 거위를 감시했다.

거위가 매일 낳은 황금알은 시내 은행 금고에 차곡차곡 쌓아두고 있다. 지금까지 모은 황금알의 시가는 약 2억 원 정도.

아들이 학원을 그만둔 것은 거위를 들여온 지 석 달쯤 됐을 때였다. 한시라도 시간을 허투루 쓰지 않던 녀석인데 누군가와 술을 먹고 취해서 들어오는 날이 많아졌다.

농부는 아들에게 물었다. “학원은 왜 그만뒀니?”
“아빠. 어차피 요즘은 취직해봐야 오래 다니지도 못해요. 작은 가게를 하나 열어서 사업을 하는 게 빨라요. 제 선배가 멋진 동업제안을 했어요. 한 4억 정도 투자하면 아주 수익성 좋은 아이템이 있대요.”
“그런 큰돈이 어디에 있다고?”
“에이, 아빠도 참. 앞으로 한 1년만 저 거위가 황금알을 낳아주면 10억 원은 거뜬히 모을 수 있어요. 우린 저 거위만 잘 지키면 돼요.”

농부는 아들을 혼냈다. 그러자 아들이 대들었다.
“아빠도 요즘 농사일 거의 안하시잖아요? 농기구들에 거미줄 친 거 안보이세요? 솔직히 아빠도 저 거위를 의식하고 계신 거잖아요? 우린 이제 다른 프레임으로 세상을 살아가야 한다고요.”

반박하기 어려웠다. 농부는 책을 뒤져봤다. 거위는 질병에 강해서 수명이 보통 40~50년이었다. 예상외로 길다. 가임기간을 감안하면 번식용으로는 15~16년간 이용할 수 있다고 한다. 잘만 관리하면 최소한 10년 동안은 황금알을 얻을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아들은 이제 완전히 예전과는 달라졌다. 뭔가 헛꿈을 꾸며 다니는 것 같았다. 농부 자신도 이제 농사일이 예전 같지가 않다. 주위에서는 좋은 투자처를 소개해 주겠다는 사람이 줄을 섰다. 밤에는 이상한 사람들이 집 주위를 어슬렁거렸다. 거위를 노리는 것 같았다. 보안업체랑 계약을 했지만 여전히 불안했다. 신경이 날카로워졌다. 그래서 남편은 아내에게 이야기 했다. 

“나라고 아깝지 않겠소? 하지만 저 거위가 이렇게 우리를 힘들게 할 줄 몰랐어. 영호(아들)도 은행에 있는 황금알 세는 데 정신이 팔려 있어.”

“맞아요. 전 모든 이웃들이 도둑처럼 보여요. 그리고 저 거위가 갑자기 어느 날부터 황금알을 안 낳으면 어떻게 해요? 전 매일 밤 그런 악몽을 꿔요.”

“우리가 저 거위 배를 가르면 사람들은 뭐라고 할까?”

“뭐라고 하든지요. 배를 갈라 한꺼번에 더 많은 황금알을 얻으려고 한다고 그럴 수도 있겠죠.”

“그래, 차라리 그렇게 핑계를 대자고. 내가 어리석은 사람 되는 거지 뭐. 남들 말은 무섭지 않아. 여보. 예전의 생활로 돌아갈 자신 있소?”

“... 쉽진 않겠지만 그렇게 해야죠. 지금까지 모은 황금으로는 농사를 더 잘 지을 수 있는 기계를 두 대 샀으면 해요. 그리고 나머지는 정말 어려울 때를 대비해서 저축해 두고요.”

“영호가 많이 실망할 테지. 하지만 녀석도 언젠가는 알아줄 거야. 이게 우리 모두를 위한 일이라는 걸.”

농부는 뒷방에 특별히 모셔진 거위에게 다가갔다. 거위는 모든 것을 이해한다는 눈빛으로 농부를 쳐다봤다. ‘분에 넘치는 행운이었다. 이 정도만 받을게. 고맙다. 잘 가라.’


조우성의 Think How

① 황금알을 낳는 거위는 나와 내 조직의 긴장감을 떨어뜨리는 존재일 수 있다.
② 정기적으로 주어지는 황금알에 내 야성(野性)이 사라지고 있지 않는지 점검하라.
③ 그 거위의 배를 가르는 일. 나를 한 단계 더 발전시키는 결단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