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가 매일매일 세상을 바꾸는 혁신을 쏟아내고 있지만 정작 경제학자들은 달갑지 않다. 경제가 얼마나 건강한지 보여주는 척도인 생산성 증가율은 슬로우 모션이거나 오히려 하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루가 멀다 하고 새로운 혁신이 일어나는데 생산성은 떨어지는 이 미스터리! 경제학자들이 그 이유를 찾으려고 머리를 싸매고 있지만 아직 뾰족한 진단은 없다. 하지만 경제학자들은 페이스북,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에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우선 생산성이라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전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부의장 앨런 블라인더 프린스턴대 교수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사진=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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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성은 물이 샘솟는 우물과 같다. 임금의 원천이 되며 대부분 사람들의 생활수준을 결정한다. 20세기 미국의 노동생산성은 연평균 2.3%씩 좋아졌다. 오늘날 우리가 누리게 된 생활수준의 비약적인 향상은 생산성 증가에 기인하고 이를 통해 현재 미국인들은 부모세대가 누렸던 생활수준의 2배를 누리고 있다." (2016.9.5. NPR)

생산성은 쉽게 말해 노동자가 노동을 투입했을 때 얼마의 아웃풋을 내느냐를 보여주는 효율성 지표이다. 기업의 이윤과 노동자의 임금(결국 가계의 소득)을 결정하는 척도이다. 똑같은 노동을 투입했는데 생산량이 많아지면 기업 이익이 증대하고 임금 인상의 여력이 생기는 것이다.

생산성은 노동자의 숙련도와 경영자의 경영능력에도 좌우되지만 무엇보다 최대 결정요인은 기술이다. 손으로 물고기를 잡다가 그물로 잡으면 똑같은 시간 일하고도 더 많이 잡고 수익이 급증하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그런데 기술혁신은 비약적인데 생산성은 오르지 않은 것이 현재 경제학자들의 딜레마. 우물의 물이 말라가고 있다는 것이다.

2016년 2분기 미국의 비농업부문 노동생산성은 전분기 대비 0.6% 하락해 증가율이 3분기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다. 1979년 이후 최장기간 하락세이다. 전 세계 경기침체를 보였던 1970년대 이후 계속 증가하던 생산성 증가율은 2007~2015년 1.3%로 급감했다.
앨런 블라인더 프린스턴대 교수/사진=프린스턴대 홈페이지
앨런 블라인더 프린스턴대 교수/사진=프린스턴대 홈페이지

그래서 블라인더 교수는 “지금처럼 생산성 증가가 느리게 진행된다면 우리 생활수준은 앞으로 30년 동안 거의 성장하지 못할 것이다. 끔찍한 전망”이라고 경고한다.

블라인더 교수는 생산성 증가율이 둔화한 한 가지 이유로 기업이 생산성 향상을 위해 투자를 하지 않는 것을 지적한다. 새로운 컴퓨터 장비나 기계, 더 효율적으로 조직된 근로환경 등 노동자가 생산성을 높일 수 있도록 투자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블라인더 교수도 기업들이 이런 투자를 줄인 이유에 대해서는 자신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한다.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아보려고 많은 노력을 했지만 실패했다. 기업들이 기록적인 이윤을 남기고 있고, 설령 현금이 없다 해도 지금과 같은 저금리에선 충분히 돈을 빌릴 수 있다. 그런데도 기업들은 재투자를 하지 않는다.”

이에 대해 노스웨스턴대 로버트 고든 교수는 “게임의 룰을 바꿀만한(game changing) 새로운 혁신이 없기 때문에 기업들이 투자를 하지 않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20세기 노동자들의 생산성을 비약적으로 향상시켰던 전기, 내연기관, 비행기 여행과 같은 혁신이 지금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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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컴퓨터와 인터넷, 스마트폰 같은 우리 삶을 근본적으로 뒤흔든 기술혁신은 어떻게 봐야할까? 고든 교수는 이런 IT혁명의 영향력은 그리 크지 않다고 말한다.

"1990년대 후반부터 컴퓨터 장비에 대한 투자는 반으로 급감했다. 사람들은 이미 필요한 컴퓨터를 가졌기 때문이었다. IT혁명이 가져다주는 (투자와 생산성에 대한) 이익은 이미 예전에 끝났다. 오해는 하지마라. 혁신이 없다는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니다. 나는 그 영향력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다." (2016.9.5. NPR)

스마트폰이나 스마트폰 앱 등이 우리 삶을 더 편리하고 재미있게 바꿔주고 있는지는 몰라도 이런 혁신이 노동자들의 생산성을 높이는 데는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그렇다면 세상을 뒤흔든 위대한 혁신이라는 페이스북, 트위터, 스냅챗 등 소셜미디어는? 블라인더 교수의 대답은 이렇다.

"생산성을 올려주지 않을 것 같다. 아니, 업무 중에 트위터, 스냅챗, 페이스북을 하는 것은 오히려 생산성을 해치고 있다."

그렇다면 다음 차례인 인공지능과 자율주행차는?

“이런 혁신이 생산성에 영향을 주려면 아직 한참 남았다. 앞으로 25년간은 생산성 답보상태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자율주행차나 인공지능이 완전히 보급될 50년 후까지도 생산성 답보는 계속될 것이다.”(고든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