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안에서 지진을 느끼면 우선 테이블 밑으로 들어가 다리를 꽉 붙잡고 몸을 피해야 한다. 욕실로 대피하는 것도 방법이다.”(국민안전처 ‘지진 발생시 행동요령’)
그런데 과연 이것이 안전한 방법일까?
우선 식탁이나 책상 밑으로 몸을 피하는 것. 물건이나 건물 잔해가 떨어져 머리 등을 다치는 것을 방지하자는 취지이다. 하지만 이 방법은 목조건물이 많고 내진설계가 잘 돼 있는 일본이나 미국에 적합한 대피 요령이다.
한국에서는 목조건물보다 콘크리트 건물이 많고 내진설계도 미흡한 곳이 많다. 식탁이나 책상 밑으로 들어가면 자칫 더 큰 피해를 입을 수 있다. 건물 자체가 주저앉을 경우 생존 공간을 확보하기 힘들어지기 때문이다.
한국에서는 지진으로 건물이 크게 흔들릴 때 식탁이나 책상 밑으로 피하는 것보다 계단을 이용해 밖으로 빨리 대피하는 것이 인명 피해를 줄이는 방법이다.
국민안전처는 또 욕실로 피하라고 권고한다. 욕실은 습기를 막기 위해 벽돌이나 콘크리트를 다른 곳보다 두껍고 튼튼하게 쌓고 있기 때문이다. 또 물이 있어서 최악의 경우 고립 됐을 때 일정시간 버틸 수 있다.
하지만 지진 등 재난 경험이 많은 일본에서는 오히려 욕실을 위험한 장소로 분류하고 있다. 일본 도쿄도의 지진 대처 요령인 '도쿄방재'는 ‘화장실에 있다가 갇히면 피신을 못할 수 있다. 흔들림이 느껴지면 집의 문을 열어둔 뒤 복도나 현관 등 더 안전한 곳으로 이동하라‘고 권고하고 있다.
도쿄방재는 또 ‘욕실에 있을 때 지진이 느껴지면 깨진 거울 조각이나 전구 유리 등에 다치지 않도록 대야 등을 머리에 쓴 뒤 즉시 욕실에서 나와 안전한 장소로 이동하라’고 적고 있다.
한편 이외에 국민안전처가 권고한 '지진발생시 국민행동요령'은 다음과 같다.
1. 집 밖에서 지진을 느꼈다면 낙하물에 주의해야 한다. 건물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게 안전하다.
2. 백화점이나 상가에서 화재가 발생할 경우 연기가 가득 차게 될 수 있으므로 자세를 낮추고 대피해야 한다.
3. 엘리베이터 안에서 지진이 감지되면 신속하게 모든 버튼을 눌러 빠른 시간 안에 엘리베이터를 벗어나야 한다. 지진이 일어난 이후에는 엘리베이터를 이용하면 안 된다.
4. 전철과 기차 속에서 지진을 만나면 구조물을 붙잡고 몸을 낮춰야 한다.
5. 지진이 발생하면 자동차의 타이어가 펑크난 듯한 상태가 되어 운전을 하기 힘들어진다. 주의 운전을 하면서 길 오른쪽에 차를 정차시켜야 한다. 대피할 필요가 있을 때는 창문을 닫고 키를 꽂아 둔 채 문을 잠그지 말고 신속히 피신한다.
6. 산에서 지진을 느꼈다면 산사태에 대비해야 한다. 붕괴 위험이 있는 절개지를 피하고 넓은 곳을 찾아 대피한다.
7. 대피가 필요할 때는 최소한의 소지품만 가지고 걸어서 가도록 한다. 피난은 마지막 수단으로 여겨야 한다.
8. 시·군·구나 경찰, 소방 등 관계기관으로부터 직접 얻은 정보를 신뢰해야 한다. 근거 없는 소문이나 유언비어를 믿고 행동해선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