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 변호사는 의뢰인과 상담하면서 머릿속에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다. ‘음, 과연 수임 가능한 사건일까? 착수금이나 자문료로 얼마를 청구할 수 있을까?’ 하지만 막상 상담을 끝낸 결과 여러 이유로 사건 수임이 어려운 사건이었다. 최 변호사는 입맛을 다시며 표정이 떨떠름해진다. 왠지 시간만 낭비한 것 같아서.
미국 최대 온라인 신발쇼핑몰 자포스(Zappos)를 한번 생각해보자. 자포스가 고객들로부터 그토록 사랑받는 이유 중 하나는 친절한 고객 응대 덕분이다. 몇 분 단위가 아니라 적어도 신발에 관한 이야기라면 몇 시간이라도 전화로 고객과 응대하는 것을 회사가 장려하기 때문이다.
자포스 CEO 토니 셰이가 ‘그렇게 하면 시간낭비가 되지 않느냐’는 질문을 받았을 때 답변이 이랬다. “우리가 먼저 전화한 것도 아니고 고객이 먼저 전화했는데 왜 먼저 전화를 끊나요? 우리를 인식시킬 수 있는 더 없이 좋은 기회인데.”
과연 살아가면서 변호사 사무실을 직접 방문해서 변호사와 상담을 진행해 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그렇게 많지 않을 것이다. 의뢰인이 어떤 경로이든 최 변호사를 알게 되었고, 직접 가서 상담을 했다. 물론 그 사건을 최 변호사가 수임하면 좋았겠지만 그렇지 못했더라도 최 변호사가 아쉬워할 필요는 없다.
앞으로 나를 홍보해 줄 수 있는 멋진 홍보대사 한 사람이 자기 발로 와서 면접을 보고 있다고 생각해 보는 것이다. 상담을 마치고 비용을 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하는 의뢰인에게 이렇게 이야기해보면 어떨까?
“오늘 상담이 도움이 되셨는지요? 저도 덕분에 채권자 취소권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수 있었습니다. 변호사는 계속 공부해야 하는 직업입니다. 하하하. 오히려 제가 감사합니다.”
“오늘 자문비용을 별도로 청구하기는 좀 그렇고, 대신 사장님이 앞으로 제 홍보대사가 돼 주십시오. 주위에 법률적으로 어려운 일을 겪고 계신 분들이 있으시면 저를 추천해 주시죠. 그러시면 제게도 큰 도움이 되고요. 사장님이 추천해 주시면 더 열심히 상담해 드리죠.”
엘리베이터까지 의뢰인을 안내하고는 쿨한 표정으로 악수를 하고 돌아서라. 의뢰인은 이렇게 생각하지 않을까? ‘야, 저 변호사 보게? 정말 멋진데?’ 무급 홍보대사를 한 명 채용한 것이다.
월급을 굳이 줄 필요 없는 이런 홍보대사 100명만 확보한다면 최 변호사는 아마 밀려드는 사건 처리에 정신이 없을 것이다. 이게 비단 변호사에만 해당되는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