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첫날 아침. 눈을 뜨자 이미 9시다. 이건 핑계가 있다. 전날 제야의 종소리를 듣고 새해의 기분을 만끽하기 위해 늦게 잠들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공휴일이다. 늦잠을 자지 않는 것은 평일과 다른 휴일의 정체성을 무시하는 처사다. 1월1일을 공휴일로 정해놓은 것은 일하지 말고 쉬면서 한 해를 시작하라는 국가의 뜻이다. 


하지만 내면의 갈등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머릿속에는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야 건강하고 부유하고 현명해 질수 있다’는 벤자민 프랭클린의 철칙에서부터 ‘게으른 자여, 네가 어느 때까지 눕겠느냐, 네가 어느 때에 잠이 깨어 일어나겠느냐. 좀 더 자자 좀 더 눕자 하면 네 빈궁이 강도같이 오며 네 궁핍이 군사같이 이르리다.’는 성경 말씀까지 스쳐간다. 더구나 오늘은 1월1일이다. 1년 중 늦잠과 가장 안 어울리는 날짜다. 


하지만 침대와 이불사이의 공간이 만들어 내는 따뜻한 안락감이란 세상 어떤 유혹보다도 내겐 달콤하다. 깨어있음과 잠들어 있음의 그 나른한 사이. 좀 더 좀 더, 하면서 이불을 박차고 나가서 만나야 할 차디찬 현실을 잊게 해주는 이 위로의 시간. 


그러고 보면 사실 그동안 살면서 내린 이성적인 결정과 감수성 그리고 상상력이 가장 뻗어나가는 때는 바로 이불 속이었지 않은가. 맞다. ‘이불 속이 그 어느 시공간보다 가장 행복했다’는 것. 이렇게 오래 살면서 얻은 경험적 지혜 중에 이보다 더 강력한 것은 없다. 여기서 갈등을 끝내기로 한다. 


이불 속에서 새해의 결심을 세워보기로 타협하자. 새해에는 건강을 위해 숙면을 취하고, 숙면을 취하지 못할 경우에는 더 많은 시간을 자자. 또 중요한 것 하나. ‘침대위에서 뒹굴 거리는 내 자신에 대해 좀 더 너그러워지자.’ 


새해 벽두부터 나와 비슷한 죄책감과 자기 위로 사이에서 갈등했던 분들이 많이 있지 않을까. 이런 분들을 위해 이 침대 위 뒹굴거림의 생산성을 증명해주는 역사적 사례들을 뒤져보았다. 


물론 이것 역시 침대에 누워서 휴대폰으로 구글을 검색한 뒤 침대에서 손을 뻗어 펼친 책 <언제나 일요일처럼-떳떳하게 게으름을 즐기는 법>과 린위탕(林語堂)의 <생활의 발견>을 주로 참고했다. <언제나 일요일처럼>은 게으름꾼들을 위한 잡지 아이들러)>를 창간하고 세상의 유명한 게으름꾼들을 인터뷰하면서 사는 톰 호지킨슨이란 사람이 쓴 책이다.


/사진=Winston Churchill Foundation of the USA

/사진=Winston Churchill Foundation of the USA

/사진=Winston Churchill Foundation of the USA


/사진=ford foundation


/사진=Flicker


/사진=Flicker

/사진=pixabay

/사진=Bloomberg

/사진=Bloomberg

/사진=Library of Congress

/사진=Library of Congress

/사진=pixab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