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는 기자에겐 무기이다. 그래서 질문은 날카로워야 하고, 집요해야 한다. 무엇보다 국민이 듣고 싶은 것을 물어야 한다. 손석희 JTBC 사장과 정규재 한국경제신문 주필. 손 사장은 가장 신뢰받는 언론인으로 꼽히고 있고, 정 주필은 손 사장이 MBC 백분토론을 진행하던 시절 날리던 보수 논객이었다. 나이가 각각 61세, 60세로 언론사에서 보낸 시간도 비슷하다. 그런데 정치적 성향을 논외로 하면 두 사람에겐 하나 큰 차이가 있다. 바로 언론인으로서 질문법.

문재인 전 대표에게 같은 질문 9차례, 손석희


손 사장은 지난해 11월 문 전 대표와의 16분 인터뷰에서 ‘조기대선’ 하나 놓고 4분30초를 물었다. 총 9번 같은 질문을 했다. 문 전 대표의 답변이 두루뭉술했기 때문이다. 이런 식이었다.

① “(박 대통령이) 즉각 퇴진하게 되면 그다음에 벌어진 것은 조기 대선이다.”
② “즉각 퇴진하면 조기 대선이다. 법적 절차가 즉각 퇴진을 해서 하야를 하면 그다음 60일 이내 대선을 치러야 되는데 그것까지 염두에 두고 하시는 말인가?”
③ “헌법이 정해져 있다면 국민들의 의견을 모으고 안 모으고를 떠나 60일 이내 조기대선을 해야 되는데, 받아들일 수 있겠냐는 질문이다.”
④ “그 상황이라는 것은 어떤 상황을 말하는 건가?”
⑤ “그러면 60일 이상으로 늦춰질 수도 있다는 얘기인가?”
⑥ “명확하게 말씀하지 않으신 부분이 있기 때문에...(중략) 그러니까 문 전 대표가 생각하시는 것은 즉각 퇴진을 하게 되면 60일 이내에 조기대선을 치러야 되고 거기에 대해 당은 대선체제를 들어가야 된다, 라고 말씀하시는 것이 맞지 않나?”
➆ “제가 드리는 질문의 이유는 아직 안 일어난 것을 미리 드리는 것이 아니라 전제를 즉각 퇴진이라고 말씀하셨기 때문에 그에 따른 질문이었다.”
➇ “전제가 즉각 퇴진이라면 조기대선이다. 다른 건 생각하면 없는 거 아닌가?”
➈ “하여간 즉각 퇴진을 주장하신 건 맞는 건가?”

그리고 나서도 손 사장은 "제가 100% 이해하고 넘어가는 것은 솔직히 말씀드려서 아니다"고 일침.(JTBC 뉴스룸, 2016.11.28)

당황스런 질문도. 그러나 꼭 필요한 질문

대선불출마 선언한 김무성 전 대표에게

손: “혹시 내각제 개헌이라면 지난번에 말씀하실 때 총선 출마도 안 한다, 이번에는 대선 출마도 안 한다. 내각제 개헌으로 가면 총선 출마는 하셔야 되겠네요?”

김: “그건 아직 생각을 안 해 봤다.”

손: “생각을 안 해 봤다 하시면 총선 불출마 생각은 번복될 수 있다, 라고 이해할 수도 있다.” (2016.11.24)


지난 서울시장 선거 나경원 후보에게

손: “부친이 운영하고 있는 재단을 정부감사 대상에서 빼달라고 청탁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는데.”

나: “여러 가지 루머가 있어서 그 부분에 대한 설명을 했을 뿐 감사 대상이 될 만한 무슨 사건이 없었다.”

손: “어떤 이유에서든 당시 교과위 간사에게 감사에서 빼달라고 청탁한 것 아니냐, 라는 의혹에 대해서” (2011.10.17 시선집중)

그래서 발끈했던 사람들이 많았다

① 박근혜 대통령 
“지금 저하고 싸움 하시자는 거예요? (2004.4.9, 시선집중)

② 나경원 의원 
“(질문을 끊으며) 제 선거와 관련해서 자꾸 아버님과 관련된 의혹을 자꾸 이야기하는 것에 대해선 좀 제가 일일이 대응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③ 이태식 전 주미대사 
“지금 정부 입장에서 해야 될 일을 하지 않고 있다고 지금 질문하시는 겁니까?”

④ '국제시장' 윤제균 감독 

“손석희 앵커는 정말이지 즉흥 그 자체였다. 가이드라인에 적힌 내용의 질문을 하지 않았다. 순서를 바꾸거나 예상하지 못했던 질문을 던지는 손석희 앵커의 질문이 어디로 어떻게 튈지 몰라 생방송 내내 당황했다. 특히 '변호인'과 '국제시장'을 비교하는 질문을 받았을 때는 멘붕이었다."(2015.1.7, TV리포트)

손석희 “청취자가 궁금한데 바로 물어봐야 하지 않나”

손 사장은 자신의 이런 질문 스타일을 문제제기형 인터뷰라고 말한다.

“기본적으로 궁금한 것을 묻는다. 궁금한 걸 물었는데 궁금증이 안 풀리면 질문을 더 할 수밖에 없다. 청취자가 듣기에 내 질문이 논리적이어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다. 근거 없이 질문을 막 한다던가, 그런 거는 내가 못한다. 직업적으로도 그렇고, 천성적으로도 그렇다.

답변도 그렇게 논리적으로 나와야만 서로 속이 시원하다. 가장 좋은 인터뷰는 청취자가 이게 궁금한데 할 때 진행자가 바로 물어봐주는 거라고 생각한다. 답변이 속 시원하게 나오면 인터뷰어, 인터뷰이, 청취자 3자가 카타르시스를 느낄 만한 상황이 된다. 그게 가장 좋은 인터뷰라고 생각한다.(2012.10.22, 시사인)

반면, 정규재 주필의 '답변 같은 질문' 

이번에는 1월25일 박근혜 대통령의 정규재TV와의 인터뷰. 박 대통령이 인터뷰어를 고른 것이긴 했지만 정 주필의 질문은 많은 비판을 받았다. 무엇보다 마치 대신 답변해주는 것 같은 질문. 예를 들어 이런 질문들.

“대통령이 최순실로부터 처음에 대통령 취임하고 비서진 완비 전 일부 조언 받은 적 있다고 시인한 게 마치 그 이후 수없이 쏟아진 이야기들을 마치 모두 시인하는 것처럼 돼 버렸다.”

“이번 사건은 굳이 음모는 아니더라도 누군가가 관리하는 것 같다는 느낌이 있는 것도 있다. 대통령은 그런 세력이 있다고 느끼나?”

팩트와도 맞지 않은 질문

“태극기 집회가 요즘 굉장히 점점 커지고 있다. 최근 2주 동안 태극기 시위가 오히려 많아졌다. 인원수도 많고 열기도 굉장히 뜨거워졌다. 약간 위로를 받으시느냐 아니면 어떤 기분을 느끼시느냐?” (경찰은 참가자수 논란으로 추산인원을 발표하지 않고 있다.)

장문의 질문에 한마디 답변에도 ‘오케이’

정: “일부 방송에서 대통령의 최순실이란 사람이 대통령 연설 첨삭, 고쳤다고 첫 폭로가 본격적으로 나오기 시작했을 때 바로 일부 시인을 했다. 그게 잘못됐나. 예를 들면 지금 와서 밝혀진 얘기지만 태블릿 PC 조작 가능성이 많은 것 같다고 새롭게 알려졌다.”

박: “네”

정 주필은 안종범 전 수석의 수첩, 정호성 전 비서관의 녹음파일 등 명백한 증거가 있음에도 이에 대해서는 물어보지 않았다. 그래서 언론인의 인터뷰였다기 보다 청와대 대변인의 질의응답이었다는 평가. 참고로 세계탐사보도협회의 ‘인터뷰의 기술’ 논문에는 이런 구절이 나온다.

“인터뷰는 기자가 가진 가장 강력하면서 중요한 정보를 얻는 도구다. 사실을 명확히 하고 다른 관점으로 사물을 볼 수 있게 한다. 당신의 독자가 무엇을 듣고 싶은가를 고려한 물음을 던져야 하고, 추측성 질문을 삼가야 한다. 너무 많은 영역을 묻기보다 초점을 맞춰 질문해야 하고, 정중하지만 끈질기게 물어야 한다.”
(The Art of the Interview, Global Investigative Journalism Network, 2014.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