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2일 취임 첫 외부 일정으로 인천공항을 선택했다. 이곳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만나기 위해서였다. 대통령 앞에서 마이크를 잡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자신의 사연을 이야기할 때마다 울먹였다. 인천공항은 전체 직원 8115명 중 비정규직이 84.2%(6831명)에 달한다. 오는 10월 제2여객터미널이 문을 열면 62개 용역사에 3093명이 추가 투입돼 비정규직이 1만 명에 육박한다.
울먹인 노동자들
“저는 2000년 9월 공항개항 전부터 소방대에 입사해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제복을 보시다시피 119 소방관과 똑같이 입고 있지만 저는 민간인 신분입니다. 소방관은 죽으면 순직 처리되지만 저는 일반사망으로 처리 됩니다.”
“저는 2004년부터 보안 경비 근무를 하고 있습니다. 3년마다 업체가 바뀌어 그때마다 고용불안에 시달립니다. 최저시급의 급여를 받고 있습니다. 단가가 같기 때문에 10년 일하든 1년 일하든 그 차이가 적습니다.”
“저는 환경미화원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폭발물로 의심되는 물건 발견되면 먼저 신고하는 것도, 작은 화재를 발견하는 것도, 마약 발견해 신고하고, 밀수 의심되는 금괴 발견하는 것도 환경미화원입니다. 더 이상 우렁각시가 아니고 당당한 공항공사 일원이 되게 도와주십시오.”
비정규직의 상징, 인천공항
이곳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제복을 입고, 같은 직무에서 일을 해도 월급부터 사망 처리까지 차별을 받는다. 상시 지속 업무에 종사하지만 용역업체에 소속돼 있기 때문이다. 십 수 년을 한 자리에서 일하지만 소속된 하청업체는 2~3년마다 바뀐다.
그나마 하청업체가 바뀌어도 일자리를 유지할 수 있는 건 2013년 파업 투쟁으로 얻어낸 성과이다. 하지만 소속업체가 바뀌다보니 3년마다 신입사원이 된다. 근속수당이라는 것도 없어 십 수 년 동안 월급은 최저임금 수준에서 도통 오르질 않는다. 신철 민주노총 인천공항지부 정책국장은 “하청업체가 바뀔 때마다 경력을 인정받지 못하고 신입사원으로 고용이 유지되고 있다. 공항공사가 비용을 아끼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공항운영의 핵심시설인 수하물 처리는 하청업체가 재하청을 주는 구조이다. 지난해 국감에서 밝혀진 바에 따르면 2차 하청업체 노동자들의 계약기간이 4~8개월, 심지어 하루짜리 근로계약서도 존재했다. 2차 하청업체 직원들은 더 심각한 고용불안에 시달리는 것이다.
부당 처우에도 말 못해
고용이 불안정하다보니 하청업체의 부당한 처우에도 항의 한번 제대로 하지 못한다. 지난해까지 50~60대 여성 청소노동자들이 청소도구와 쓰레기를 싣고 밀고 다니는 카트에 밀대 걸레를 고정시킨 하청업체도 있었다. 청소노동자들이 이동할 때도 바닥청소를 하면서 다니라는 것이었다. 노동자들은 밀고 다니기가 그만큼 더 힘들어졌다.
“카트에 밀대 걸레를 단 2년 전부터 많은 청소노동자들이 허리, 목, 어깨, 팔다리 등 근골격계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고통이 심한 몇몇 직원은 3~4개월 휴직계를 내고 치료를 받고 있지만 나머지는 아파도 그냥 참는다.” (청소노동자 오순옥씨, 뉴스1, 2016.5.12)
문재인 대통령 방문으로 1만명 노동자 정규직화 약속
문 대통령이 이들 노동자들에게 “임기 중에 비정규직 문제를 반드시 해결하겠다고 약속한다. 우선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 시대를 열겠다고 약속을 드린다”고 강조했다.
“인천공항공사 12년간 최우수 평가 받고 작년에 1조원 단기순이익 올린 이면에는 전체 근무인원의 84%가 비정규직이라는, 노동자들의 희생이나 헌신도 있었다고 생각한다.
비정규직 임금수준은 정규직의 절반 수준. 극심한 경제적 불평등과 양극화가 우리 사회 통합을 방해하고 있다. 우선 정부와 공공부문부터 모범적 사용자가 되겠다. 특단의 조치 내리겠다. 임기 내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 시대 열겠다고 약속한다.”
이 자리에서 정일영 인천공항 사장은 인천공항의 비정규직 1만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고 약속했고 이 발언에 노동자들은 환호와 박수를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