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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자문하는 회사에서 이런 사례가 있었다. 


H사의 안 사장은 일본에 판매 법인을 설립한 뒤로는 1년 중 두어 달을 제외하고는 일본에 상주하다시피 했다. 자연스레 한국법인은 김 부사장이 담당하게 됐다. 김 부사장은 공학도 출신으로 조직의 2인자였다. 그런데 연구개발 분야이다 보니 영업을 보완하기 위해 안 사장은 대학 후배 박 이사를 영입했다.


박 이사는 영업을 총괄하면서 회사 문제점을 발견하게 됐다. 상당 부분은 김 부사장의 미숙한 경영 때문이었다. 박 이사는 안 사장이 일본에서 들어왔을 때 독대를 한 후 속에 있는 말을 모두 전했다. 안 사장은 자신이 몰랐던 내용도 많았다며 조만간 시정하겠다고 했다.


그 후로도 안 사장은 일본 영업 때문에 바빴는데 김 부사장이 박 이사를 바라보는 눈빛이 예전 같지 않았다. 사사건건 시비를 걸기도 하고 항상 반대 입장에 섰다. 박 이사가 추진하는 것의 수주 결과가 좋지 않자 크게 문제 삼아 공론화하기도 했다.


박 사는 김 부사장이 자신에게 적대적인 이유를 주위에 알아봤더니 자신이 사장에게 전했던 말이 김 부사장 귀에 들어갔기 때문이었다. 결국 김 부사장의 공격이 계속되면서 박 이사는 그 상황을 견디지 못하고 결국 퇴사를 하게 됐다. 




의외로 CEO들은 부하직원들 사이 치열한 암투에 무감각한 것 같다. 그런데 기업을 자문하는 과정에서 느낀 바로는 예전 궁정 내에서의 파벌싸움 못지않은 치열한 권력투쟁이 기업 내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것 같다.

이 사례에서 박 이사로부터 충언을 들은 안 사장은 그 이야기를 김 부사장에게 어떤 식으로 전달했을까? 이야기의 진원지(박 이사)에 대한 언급을 하지 않기는 힘들었으리라. 하지만 이 말을 들은 김 부사장은 박 이사의 언급이 자신에 대한 도전이라 생각했을 것이고 박 이사를 결코 예전처럼 편하게 볼 수만은 없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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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비자에도 이와 비슷한 이야기가 나온다.


  1. 송나라에서 재상이 국정의 실권을 잡고 있을 때였다. 계자(季子)라고 하는 책사(策士)가 송나라를 방문하여 왕에게 국정에 관한 진언을 하려고 했다. 그때 양자(梁子)라고 하는 사람이 그 소리를 듣고 계자에게 이렇게 충고하였다. “진언을 할 생각이라면 재상도 반드시 함께 동석하기를 청하는 것이 좋을 걸세. 그렇지 않으면 자네에게 재난이 생길지도 모르거든.”
  2. 이 이야기는 조직내 권력관계, 이기심, 질투심 등을 현실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만약 계자가 왕하고만 상대를 한다면 따돌림을 당한 재상에게 미움을 사게 될지도 모른다. 어느 누구든 자신이 따돌림을 당하고 있으면 불안하고 불쾌한 법이다. 그런 노여움은 왕에게 향하는 것이 아니라 계자에게 향할 것임이 분명하다.
  3. 진진은 위왕에게 존중을 받았다. 그런데 혜자는 진진에게 이렇게 충고했다. “반드시 측근들에게 잘해라. 대저 버들이란 옆으로 눕혀 심더라도 바로 살고 거꾸로 심더라도 바로 살며 꺾어 심더라도 역시 산다. 그러나 만약 열 사람이 그것을 심는다 해도 한 사람이 그것을 뽑는다면 살아날 버들이 없다.”
  4. 자산(子産)은 자국(子國)의 아들로 정(鄭)의 군주에게 충성하였다. 그러자 자국이 그를 꾸짖으며 노해 말하기를 “도대체 다른 신하들을 어기고 혼자서만 군주에게 충성하려고 하면 그 군주가 현명할 때는 능히 네 의견을 들어주지만 현명하지 못할 때는 네 의견을 들어주지 않을 것이다. 들어줄지 들어주지 않을지 반드시 알지 못하는 사이에 벌써 너는 여러 신하들로부터 떨어져 나갈 것이다. 여러 신하들로부터 떨어져 나간다면 네 자신이 반드시 위태로울 것이다. 자기를 위태롭게 할 뿐만 아니라 또 장차 그 아비도 위태롭게 할 것이다”라고 했다.


역설적인 이야기지만 정작 한비자 본인도, 진시황의 초대를 받아서 진시황을 알현하였으나 한비자의 능력을 시기한, 동문수학 했던 이사에 의해 죽임을 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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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현명한 CEO라면 조직 내에서 임직원들이 이해관계 때문에 다른 사람과 적대적이 될 수도 있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때로는 준엄한 자세를 보여야 할 때도 있다. CEO가 교통정리를 제대로 하지 않으면 안 된다.  한비자는 CEO가 조직 내 암투에 대해 가져야 할 준엄함을 설명하면서 또 이런 예화를 들었다. 희공(憘公)이라는 왕이 목욕을 하려는데 목욕물 안에 자갈이 섞여 있었다. 희공은 좌우 측근에게 물었다. “목욕물 담당이 잘리게 되면 그 뒤를 맡을 자는 정해져 있느냐?” “정해져 있사옵니다.” “그 자를 불러 오너라.” 한 남자가 모습을 나타내자 희공은 큰 소리로 꾸짖었다. “네 이놈, 어째서 목욕물 안에 자갈을 넣어 놓았느냐?” 남자가 대답했다. “송구하옵니다. 목욕물 담당이 잘리면 대신 제게 일을 맡겨주시는 지라 그래서 자갈을 넣게 되었사옵니다.” 이처럼 사건을 규명할 때는 이해관계의 차이를 주시하라는 이야기이다. 단순하다면 단순한 견해이지만 그만큼 설득력이 있다. 아랫사람의 이해관계에 끊임없이 신경을 쓰다보면 분규의 씨앗을 사전에 뽑아버릴 수 있음을 보여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