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글로벌 금융시장의 가장 큰 화두는 인플레이션이다. 경제 성장세에도 한동안 낮은 수준에 머물러 '수수께끼'로 여겨졌던 미국의 인플레이션 압력이 마침내 높아질 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인플레 공포가 최근 한바탕 증시를 휩쓸고 지나갔다.
금융시장이 다시 안정을 되찾긴 했지만 2018년 내내 인플레가 투자자들을 괴롭힐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지난 10년간 인플레이션의 반대인 디플레이션을 더 걱정해온 투자자들에게 인플레이션은 낯설어 더 두려운 상대다.
CNBC는 최근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만큼 인플레이션을 잘 아는 이도 드물다며 그가 1970년대 말과 1980년대 초 이른바 '대형 인플레이션'(Great Inflation) 시대를 겪으며 터득한 투자 전략을 소개했다.
- 당시 인플레가 어느 정도였냐 하면
1972~73년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연간 6%를 돌파하며 2배로 뛰었고 74년에는 11%, 79~80년엔 최고 13.5%까지 치솟았다. CNBC는 72~73년에만 S&P500지수가 40% 추락했다며 증시에서 70년대 초부터 80년대 말은 '잃어버린 10년'이 됐다고 지적했다. 미국의 지난달 소비자물가상승률은 2.1%를 기록했다.
버핏은 당시 주주들에게 보낸 연례서한에서 인플레이션이 증시와 기업실적, 투자자들에게 미치는 영향을 설명하는 데 많은 부분을 할애했다. 인플레이션에 대한 버핏의 생각은 1977년 5월 미국 경제전문지 '포춘'에 쓴 글에도 잘 요약돼 있다.
- 인플레이션이라는 기생충!
그는 이 글에서 인플레이션을 의회에서 정한 어떤 것보다 더 강력한 세금에 비유했다. 인플레이션이 돈값을 떨어뜨리기 때문이다. 버핏은 "인플레이션 세(稅)는 쉽게 자본을 소모하는 놀라운 능력을 가졌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인플레이션에 맞서 증시를 들락거리며 춤을 출 수 있다고 생각하는 이가 있다면 나는 그의 파트너가 아니라 그냥 주식 중개인이 되고 싶다”고 썼다. 인플레이션 시대에 증시에서 돈을 벌긴 어렵다는 얘기다. 그는 인플레이션을 기생충(tapeworm)에 비유하기도 했다.
- 돈값이 떨어지면 실적이 부풀어 오르는 착시가 생긴다.
버핏은 일이 잘 되고 있다는 생각이 들 때는 인플레이션을 기억하라고 강조했다. 인플레이션 앞에 장사 없다는 말이다. 그는 인플레이션 압력이 높을 때는 기업실적이 투자자들에게 중요한 변수가 되지 못한다고도 했다. 돈값이 떨어지면 실적이 부풀어 오르는 착시현상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드러난 실적보다 투자 결과 자신의 구매력이 얼마나 좋아졌는지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지적이다.
- 현금 쓰는 회사보다 현금 창출하는 회사!
버핏은 인플레이션 시기에 자신이 선호하는 인수대상 기업은 현금을 쓰기보다 창출하는 회사라고 강조했다. 인플레이션이 한창일 때 기업들은 보통 기존 사업을 유지하기 위해 돈을 쓰는 데 집중한다. 돈값이 더 떨어지기 전에 쓰는 게 유리하다는 판단에서지만 버핏은 신기루에 불과하다고 꼬집었다.
- 적은 투자로 수익 많이 만드는 회사!
같은 맥락에서 그는 인플레이션이 한창일 때 돈을 많이 쓰지 않으면서도 더 많은 사업을 운용하고 쉽게 가격을 올릴 수 있는 기업에 주목하라고 조언했다. 그는 기업들이 인수한 회사들은 대개 인플레이션에 잘 적응한 곳들이라며 점유율이나 매출 손실을 걱정하지 않고 가격을 쉽게 올리고 상대적으로 적은 투자로 많은 수익을 창출했다는 공통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밖에 버핏은 1980년에 쓴 서한에서 인플레이션의 해법은 없지만 희망을 가질 이유는 있다고 강조했다. 인플레이션을 사람이 만드는 만큼 결국 통제할 수 있는 것도 사람이지 않겠느냐는 이유에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