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통령의 무역전쟁 선포로 세계경제가 유례없는 야만의 시대를 맞고 있다. 각국의 무역 분쟁을 조정하는 WTO체제도, 우방과 동맹도 트럼프 앞에서는 의미를 상실하고 있다. 오로지 자국 우선주의만 있을 뿐이다.
트럼프의 무역정책은 한마디로 무차별적이다. 수십 년 전 제정돼 이미 사문화된 조항을 끄집어내 무역공세를 퍼붓는가 하면 그동안 미국이 주도하던 다자간 무역체제도 흔들어버린다. 세계패권을 다투는 중국뿐 아니라 유럽과 아시아의 오랜 동맹국들도 예외가 없다. 세계적 공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경고에도 아랑곳없다. 원칙이라곤 오로지 ‘America First(미국 우선주의)’ 뿐이다. 트럼프發 무역전쟁의 특징 세 가지를 정리한다.
① 신무기·재래무기 가리지 않는다.
국경을 넘나드는 무역이 순조롭게 진행되기 위해서는 교역에 참여하는 모든 나라가 준수하는 통일된 '규칙'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다면 국제무역은 뒤죽박죽이 될 것이 분명하다. 세계무역기구(WTO)가 바로 이런 무역규칙을 만들고 감시하는 역할을 한다.
미국은 1995년 WTO 출범을 주도했고 이후 줄곧 WTO 체제의 수호자를 자처해왔다. 하지만 트럼프가 들어서면서 달라졌다. 트럼프는 WTO라는 다자간 무역체제를 무시한 채 국내법을 우선시하고 있다. 특히 지금과는 세계경제 환경이 판이했던 수십 년 전 제정된 낡은 무역제재 수단까지 총동원해 교역상대국을 압박한다. 다시는 사용되지 않을 것 같던 법 조항, '201·232·301' 암호 같은 '듣보잡‘ 병기를 낡은 창고에서 꺼내 세계를 위협하고 있다.
② 다자협상 흔들고 국가별 각개격파!
원래 감세를 내세웠던 트럼프 행정부의 경제정책은 '레이거노믹스의 귀환'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통상부문은 전혀 달랐다. 레이건은 다자주의의 강력한 신봉자로 '우루과이 라운드'를 통해 WTO체제를 만든 장본인이다. 하지만 트럼프는 취임 직후부터 다자간 무역 체제를 뒤흔들었다.
트럼프는 2017년 1월 취임 사흘 만에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TP) 탈퇴를 선언했다. 이후 캐나다, 멕시코와의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도 폐기하겠다면서 개정 협상을 시작했다. 다자간 합의를 흔든 뒤 교역대상국을 하나씩 1대1 승부로 불러내 각개 격파하면서 이익을 극대화하는 것이다.
③ 彼我(피아·적군과 아군)가 없다
미국의 주요 무역 제재 대상은 중국이다. 2017년 미국의 대중 무역적자는 3752억 달러(약 401조원)로 역대 최고 수준이었다. 트럼프는 중국산 세탁기, 태양광, 철강, 알루미늄 등에 고율 관세를 부과했고 최근 미·중 무역협상에서 2000억 달러 규모의 무역적자 해소 방안을 요구했다. 그런데 전선을 EU(유럽연합)와 캐나다, 멕시코 등 전통적인 우방국으로까지 확대하고 있다. 한국과 일본, 독일을 겨냥해 수입 자동차 관세 부과도 시사했다.
미국의 오랜 안보 동맹이었던 이들 국가는 미국이 '국가 안보'를 빌미로 고율 관세를 부과하자 크게 반발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심지어 관세폭탄을 무기로 삼아 동맹국들에 안보 부담을 요구하고 있다. 미군이 주둔 중인 한국과 일본은 물론 유럽에도 방위비 증액을 공개적으로 요청했다. 미국을 이용해 무역에서 막대한 이익을 얻는 만큼 방위비를 더 내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