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트레바리 독서모임은 압구정동, 성수동, 안국동 세 곳의 ‘아지트’에서 열리고 있다.
현재 트레바리 독서모임은 압구정동, 성수동, 안국동 세 곳의 ‘아지트’에서 열리고 있다.

트레바리. 이 스타트업은 좀 특별하다. 대개 스타트업의 비전이 세상을 더 편리하게 하겠다는 것인데 이 회사는 오히려 사람들을 더 고생시킨다. 책 안 읽는 시대에 책 읽는 모임이 비즈니스 모델이다. 회원들은 내 돈 내서 책 사서 읽어야 하고 독후감 1분이라도 늦으면 모임에 참석하지도 못한다. 가입하면서부터 고생의 시작이다. 그럼에도 반응은 폭발적이다.

트레바리가 2015년 9~12월 처음으로 4개월짜리 시즌을 열었을 때만 해도 모임(클럽)수는 4개(80명)에 불과했다. 그러던 트레바리가 2018년 9~12월 시즌에는 클럽이 무려 208개, 참가자 수는 3557명이다. 3년 만에 50배나 성장한 것이다. 네 번의 정기모임을 개최하는 한 시즌 회비가 19만원(클럽장이 있으면 29만원)으로 적지 않은 돈인데 말이다.

현재 트레바리 독서모임은 압구정동, 성수동, 안국동 세 곳의 ‘아지트’에서 열리고 있다.
현재 트레바리 독서모임은 압구정동, 성수동, 안국동 세 곳의 ‘아지트’에서 열리고 있다.

왜 이토록 많은 사람들이 트레바리의 독서모임에 열광하는 것일까? 고생한 뒤 얻게 되는 지식과 삶의 의미 때문이다. 윤수영 대표는 “트레바리 = 대학 + 교회 모델”이라며 그 이유를 설명했다. “대학이 가르치고 있는 기술과 지식은 효용가치가 점점 떨어지고 있다. 유통기한이 10년, 5년, 3년 단위로 줄고 있다. 교회는 어떻게 살 것인가를 공유하는 커뮤니티이다. 그런데 그 역할이 점차 약해지고 있다. 이 둘을 보조할 수 있다면 사회적으로도 사업적으로도 큰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지식을 수시로 업데이트해야 하고 삶의 의미를 늘 묻게 하는 변화무쌍한 시대에 지식과 연대감을 공유할 수 있다는 것이 트레바리 인기의 비결이라는 것이다. 이렇게 보면 트레바리는 편리함을 주는 현재형 스타트업이 아니라 인공지능시대에도 우리가 버틸 수 있도록 해주는 미래형 스타트업인 셈이다. 윤 대표의 이야기를 좀 더 들어보자.

윤수영 트레바리 대표/사진= 김휘선 기자
윤수영 트레바리 대표/사진= 김휘선 기자


Q. 학교는 사람들에게 실용적인 지식과 기술을 주는데 트레바리는 무엇을 줄 수 있나?

윤수영 : 지식과 기술이라는 것을 한번 보자. 앞으로는 ‘지금’ 내가 이것을 아는 것보다 변화에 끊임없이 적응할 수 있는 기초체력이 더 중요한 시대이다. 이런 기초체력을 단련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계속 읽고 쓰고 나와 생각이 다른 사람들로부터 배우는 것이다.

Q. 교회는 마음의 안식을 주는데 트레바리는?

윤수영 : 교회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함께 고민하며 의식과 생활방식을 공유하는 커뮤니티이다. 그런데 현대에 접어들면서 무엇을 위해 살아야 하는지를 나눌 수 있는 커뮤니티가 애매해지고 있다. (트레바리를) 종교나 교회와 비교하자는 것이 아니다. 어떻게 살 것인지 공유할 수 있는 커뮤니티가 이런 식으로도 형성될 수 있음을 (트레바리가) 보여줬다는 데 의의가 있다.

Q. 트레바리의 가장 큰 매력은 그냥 배움이 아니라 ‘발견’인 것 같다. 나와 생각이 다른 사람, 트레바리가 아니었다면 만나기 어려웠을 사람들과 토론하면서 새로운 지식과 통찰을 발견하는 것 말이다.

윤수영 : 서핑을 잘 하는 사람은 지금 이 파도를 잘 타는 사람이 아니다. 어떤 파도가 와도 잘 타는 사람이다. 앞으로는 한번 거대한 파도가 오고 그것을 겨냥해 잘 타면 잘 살 수 있는 시대가 아니다. 파도는 계속해서 칠 것이고 그때마다 포지션을 바꿔야 한다. 이때 필요한 것은 태도이다. 트레바리에서는 끊임없이 내가 업데이트되는 적응력이나, 내가 납득할 수 없는 변화와 생각에 나를 맡길 수 있는 개방성, 그리고 범람하는 정보 속에서 나만의 스토리를 만들어낼 수 있는 주체성을 쌓을 수 있다. 집단지성의 힘이다.



세상에는 수많은 자생적 독서모임이 있었는데 왜 유독 트레바리의 독서모임이 이처럼 성공할 수 있었을까? 몇 가지 디테일의 매력이 있다.

① 모임을 이끄는 사람 → 꼭 한번 만나 이야기 듣고 싶은 인사들이 트레바리 클럽장으로 포진해 있다. 쉽게 만날 수 없는 인사들을 한 달에 한 번씩 눈 맞춰가며 이야기 나눌 수 있으니 회비가 아깝지 않은 것이다. 예를 들어 과학 분야 독서모임만 해도 한국에서 유명한 대중과학자들은 대부분 트레바리 클럽장을 한다.



② 여럿이 함께 읽는 경험 → 똑같은 책을 읽어도 사람마다 꽂히는 대목이 다르고, 다른 사람들이 왜 그 대목에 꽂혔는지 듣다보면 읽었던 책도 새로운 의미가 된다. 10명이 함께 읽으면 10개의 해석이 나오고 10권의 책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윤 대표는 “‘이 책은 이렇게밖에 읽을 수 없어’라는 믿음이 여러 번 깨지는 경험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③ 모임의 콘텐트 관리 → 독서모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독서'와 ‘모임’의 균형을 유지하는 것이다. 독서를 강조하는 사람도 있고 모임을 강조하는 사람도 있기 때문이다. 둘 사이 균형을 잡고, 모임의 콘텐트 질을 관리하기 위해 트레바리가 도입한 것이 '강제된 독후감'이다. 회원들은 한 달에 한번 씩 책 읽고 글로 정리해야 한다. 윤 대표는 “친해지면서 콘텐트를 잃게 되는 많은 독서모임을 봤다. 이런 모임들은 평균수명이 채 2년을 넘지 못한다”며 “독후감이 무너지면 모임의 퀄리티도 무너진다”고 말했다.


윤 대표는 트레바리의 출발은 독서모임이지만 앞으로 할 수 있는 것은 무궁무진하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어린이집. 윤 대표는 “여성분들이 많이 오시는데 아이 낳으면 증발한다. 퇴근 후에는 엄마로 돌아가야 하기 때문”이라며 “이 분들이 저녁에 아이 맡기고 그 장소에서 독서모임을 할 수 있도록 어린이집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나아가 공간을 콘텐트로 채울 수 있는 다양한 공간 비즈니스를 모색하고 있다.

윤 대표는 “트레바리는 팔리면 팔릴수록 세상에 도움이 되는 것을 파는 회사가 되고자 한다”며 “사회적으로도 의미가 있는데 상업적으로도 팔릴 만한 교집합을 찾는 것이 우리의 목표”라고 말했다. 트레바리가 잘될수록 세상을 더 의미 있게 할 수 있으니 윤 대표는 참 행복한 창업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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