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키아는 1988~2011년 13년 동안 세계 휴대폰 판매 1위였다. 2011년 핀란드 GDP의 20%를 차지할 정도였으니 노키아 덕분에 핀란드가 먹고 산 셈이다. 하지만 노키아는 스마트폰으로의 변화를 따라잡지 못하고 2013년 마이크로소프트에 모바일 사업부를 매각하면서 침몰한다.

노키아의 폐허 위에서 핀란드를 살린 것이 노키아 출신들과 대학생들이 창업한 스타트업. 그 중심엔 ‘알토대학’이 있다. 매년 알토대학 출신이 만든 스타트업이 70~100여개에 달한다. 핀란드 스타트업의 절반 이상이 알토대학 재학생이거나 졸업생이 창업했다.



▲핀란드 헬싱키의 알토대학 (출처: Aalto University)



탄생부터 ‘기술 + 경영 + 디자인’만 묶었다.

2010년 설립 목표부터 혁신인재 양성과 창업이었다. 이 목표를 위해 3개 대학을 묶었는데 바로 ‘헬싱키공대 + 헬싱키 예술디자인대 + 헬싱키 경제대’다. 창업과 비즈니스에 꼭 필요한 기술, 디자인, 경영만 골라 통합한 것이다.

대부분 학생들도 입학 때부터 창업이 목표다. 창업과 경영에 관한 모든 것을 배우고 지원받는다. 대학 위치도 이를 배우고 창업하기 딱 좋은 곳이다. 마이크로소프트 등 IT회사와 스타트업 800여개가 모여 있는 ‘유럽의 실리콘밸리’ 오타니에미 혁신단지에 있다.


▲실습 중인 알토대학 학생들 (출처: Aalto University)


교과 과제물로 스타트업 창업한다.

40여개 학과가 있지만 전공 상관없이 수업은 자유롭게 들을 수 있다. 기술을 제품화하려면 디자인적 접근이 필요하고 상품화하려면 경영학적 접근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수업은 대부분 실습과 팀 프로젝트 위주다. 3~4회 이론 강의 이후부턴 5~10명씩 팀으로 제품과 서비스를 개발한다. 교수들은 실습실을 돌며 질문에 답하고 조언을 한다.

재학 때 창업할 수 있는 것도 이런 커리큘럼 덕분이다. 알토대학 학생들의 40%가 교과과정에서의 기획물로 스타트업을 창업한다.



▲스타트업 사우나가 주최한 창업컨설팅 행사 (출처: Aalto University)



교내 창업단체는 학생들이 주도한다.

많은 대학에서 교직원들이 창업단체를 운영하는 것과 달리 알토대학 내 창업단체들은 학생 주도다. 행사 기획과 외부기업과의 연계 등 모든 것을 학생들이 진행한다.

알토에스(AaltoES) : 대규모 창업행사들을 개최한다.

스타트업사우나(Startup Sauna) : 학생과 기업을 연결하고 창업컨설팅을 받도록 돕는다.

헬 테크 : 매달 다양한 분야 전문가와 스타트업을 초대해 아이디어를 공유한다.

슬러시: 학생과 투자자들을 연결하는 역할이다. 그러다 규모가 커지면서 전 세계 창업가와 투자자를 연결하는 행사로 발전했다. 2018년 130개국 2만 여명이 슬러시 참여를 위해 헬싱키를 찾았다.

또 매년 10월13일에는 학생단체들이 연합해 ‘실패의 날’ 행사를 연다. 노키아 명예회장 요르마 올릴라 등 유명 기업인들이 학교를 방문해 실패 경험과 실패에서 무엇을 배웠는지 소개한다. 학생들은 재학시절부터 실패에 면역이 된다.



▲알토대학의 공유오피스 (출처: Aalto University)


졸업생들을 위해 무료 공유오피스

알토대학은 캠퍼스 옆에 140여개 스타트업이 입주할 수 있는 공유오피스를 운영하고 있다. 졸업생들에게 무료로 제공한다. 회의 공간은 물론 생활공간까지 갖춰져 있다. 한국 대학의 고시준비반과 비교되는 모습이다. 또 외부 스타트업 인큐베이터와 연계해 졸업생들이 이곳에서 스타트업을 준비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물론 알토대학이 창업의 요람이 된 것은 대학 혼자서 해낸 것은 아니다. 스타트업이 핀란드에서 하나의 문화가 될 수 있었던 사회적 공감대가 있었기 때문이다.

“알토대학의 성과는 대학 혼자서 할 수 없는 것들이다. 정부, 기업 등 모든 이해관계자들이 모여 머리를 맞댄 결과이다. 창업이 핀란드의 정신이자 문화가 된 덕분이다.”

(알토대학 사무엘 카스키 교수, 헬싱키 타임즈, 2019.5.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