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EFA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 출전한 손흥민/AFP


박지성과 손흥민은 한국축구 역사상 UEFA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이라는 꿈의 무대를 밟아본 유이한 선수이고 이강인은 앞으로 한국축구를 책임질 선수다.  


박지성(38), 손흥민(27), 이강인(18)은 각 십년 터울이다. 그래서 세 사람은 성장 과정과 축구에 대한 자세, 축구 스타일이 확연히 구분된다. X세대, 밀레니얼세대, Z세대 차이만큼 다르다. 



개척자 '박지성', 유소년대표 '손흥민', 영재 발굴 '이강인'



박지성의 커리어는 개척자에 가깝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프로팀 지명을 받지 못해 명지대에 진학했다. 왜소한 체격 때문이었다. U-20 월드컵은 뛰어보지도 못했다. 당시 한국은 아시아 예선에서 탈락했다.


박지성이 유럽 무대를 처음 밟은 시기는 2002년 월드컵이 끝나고 히딩크 감독을 따라 네덜란드 PSV에인트호번에 진출하면서부터다. 당시 그의 나이 21세였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월드클래스 선수 평가를 받은 박지성/사진=AFP



손흥민은 2002월드컵 이후 유소년대표팀에 대한 지원이 늘어나던 시기에 혜택을 받은 케이스다. 16세가 되던 2008년 대한축구협회 '우수선수 해외유학 프로그램'에 선정돼 독일 함부르크 HSV 유소년팀에 1년간 유학했다. 이듬해 U-17 월드컵에서 한국의 8강 진출을 이끌며 세 골을 넣자 함부르크가 정식 계약을 제안했다. 지원과 실력 두 박자가 맞아 떨어진 케이스다.


2002월드컵 붐을 타고 케이블TV가 방영한 '날아라 슛돌이 3기' 어린이선수였던 이강인은 7살 때부터 국민적 관심을 받은 영재다. 인천 유나이티드 유소년 팀에서 실력을 쌓은 뒤 10살 때 스페인으로 건너가 세계 최고의 유소년 시스템에서 성장했다. 


발렌시아 소속의 이강인은 바이아웃(이적 제안이 들어오면 반드시 수락해줘야 하는 조건) 금액이 8000만 유로(약 1070억 원)에 달한다. 스페인 귀화 제안도 받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토트넘에서 월드클래스 선수로 발돋움한 손흥민/사진=AFP





X세대 '박지성', 밀레니얼세대 '손흥민', Z세대 '이강인'



81년생 박지성은 X세대다. 자라온 환경과 성품까지 밀레니얼세대나 Z세대와는 다르다. 선수 생활 내내 몸이 부서져라 뛰었다. 호날두, 루니 등 팀 동료들에 비해 개인 기량은 떨어졌지만 활동력으로 커버했다. '3개의 심장'이라는 별명이 괜히 붙은 것이 아니다.


국가대표팀을 대하는 자세도 다르다. 박지성은 영국과 한국을 오가며 A매치 100경기를 뛰었다. 고된 스케줄 때문에 무릎이 망가지면서 선수생활에도 영향을 받았다. 늘 무표정한 모습으로 자신의 내면을 감췄고, 과묵하고 솔선수범하는 모습으로 후배들을 이끌었다.


밀레니얼세대 손흥민은 자신을 드러내는데 스스럼없다. 경기에 지면 억울함을 감추지 못하고 눈물을 뚝뚝 흘린다. SNS로 팬들과 소통하는 데도 적극적이다. 2011년에는 부친 손웅정씨가 소속팀에 적응해야 한다며 국가대표 차출 거부를 요청하기도 했다. 박지성이 국가대표 소집만 되면 더 날아다니는 스타일이었다면, 손흥민은 소속팀에서의 활약이 더 두드러진다. 플레이스타일에서도 이타적이고 수비지향적인 박지성과 달리 손흥민은 저돌적이고 욕심이 많다. 


U-20 대표팀 내에서도 가장 어린 이강인은 Z세대의 당돌함이 그대로 묻어난다. 팀 동료인 공격수 오세훈은 "이강인이 2살 어린 막내지만 축구장 안에서는 형이다. 축구 잘하면 형이다"고 말한다. 막내인데 에이스 역할을 수행하고 있어 '막내 형'이라고 불린다. 형들과 스스럼없이 지내면서도 자신의 요구사항을 당당히 말한다. 


한일전을 대하는 자세에서도 이강인은 선배들과 차이가 느껴진다. "현해탄에 빠져 죽겠다"거나 "한일전은 반드시 승리하겠다"고 의지를 밝혀온 선배들과 달리 한일전 16강전을 앞두고 이강인은 "질 수도 이길 수도 있지만 우리는 하던 대로, 우리가 잘하는 것을 잘 준비하겠다"며 덤덤한 모습을 보였다. 대신 한일전 관중들에게 "우리와 같이 애국가를 크게 불러 달라. 애국가로 압도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이강인은 세네갈과 8강전에서 혈전을 벌인 이후 "이렇게 좋은 경기를 하게 돼서 형들에게 고맙고, 세네갈에도 고맙다"고 말했다. 승리를 위해 온몸을 바치겠다는 선배들과 달리 좋은 경기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게 Z세대 이강인의 자세다.


U-20 월드컵에서 동년배 최고임을 증명한 이강인/사진=AFP



박지성·손흥민 24세, 이강인 18세



박지성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 입단하며 세계적인 선수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때가 24세. 손흥민이 토트넘 홋스퍼에서 21골을 넣으며 월드클래스 반열에 오르기 시작한 것도 24세였다.


그리고 이번 U-20 월드컵에서 전 세계에 존재감을 알린 이강인은 이제 18세에 불과하다. U-20 월드컵은 향후 10년의 축구 판도를 예측할 수 있는 대회다. 역대 U-20 월드컵 골든볼을 수상한 선수 면면을 보면 알 수 있다. 2005년 리오넬 메시, 2007년 세르히오 아구에로, 2013년 폴 포그바. 그러니 10년 이강인에게 박지성, 손흥민 이상도 기대해봄직하다.  


"맨체스터 시티, 레알 마드리드뿐 아니라 수많은 빅 클럽이 이강인을 노리고 있다는 것은 놀랄만한 일이 아니다. 이강인은 2022년까지 8000만 유로 바이아웃 계약을 맺어 세계에서 2번째로 비싼 틴에이저가 됐다."(영국 더 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