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팩트 투자(Impact Investment)는 사회문제를 해결하면서 동시에 수익을 올리는 투자다. 수익을 목표로 하기 때문에 자선과 다르고, 사회문제 해결을 추구하기 때문에 단순히 착한 기업에 투자하는 '착한 투자'와도 개념이 다르다.
국내에서는 이제 시작단계이지만 전 세계적으로 임팩트 투자규모는 5,020억 달러(약 587조원)에 달한다. 환경 문제, 개발도상국 빈곤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지속가능한 성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서는 이에 대한 투자 역시 지속가능해야 한다. 그래서 의미와 동시에 수익을 추구하는 임팩트 투자가 각광 받고 있다.
국내 임팩트 투자 1세대로 꼽히는 이덕준 디쓰리쥬빌리파트너스 대표를 만나 그가 지속가능성과는 거리가 먼 투자은행에서 왜 임팩트 투자로 ‘전향’했는지 이유와 그의 비전을 들어봤다.
이 대표는 슈로더, 시티그룹, 크레딧스위스 등 세계적 투자은행에서 근무한 뒤 G마켓 CFO를 맡아 나스닥에 상장시켰다. 그러다 8년 전 국내에 임팩트 투자사를 설립해 누적으로 500여억 원을 투자했다.
임팩트 투자를 알고 난 후 깨달았다.
나의 가치관과 비즈니스를 일치시킬 수 있구나.
- 투자은행에서 왜 임팩트 투자로 진로를 바꾸었나?
- 어떤 사람은 자신이 투자하는 회사가 공해를 일으키든 말든 상관하지 않는다. 현대 금융이론은 그런 문제에 눈감도록 가르치니까. 지난 50년 동안 금융은 실물경제와 동떨어지면서 스스로 이익을 추구하게 됐다. 자기 완결적인 생태계가 돼 버린 것이다. 나는 거기에 도전해보고 싶었다. 내가 살고 있는 사회에 책임을 다하면서 투자하는 것, 나의 투자와 나의 가치관을 일치시키는 것이다.
- 이 대표가 세상을 바라보는 가치관은 무엇인가?
- 집이 워낙 가난했다. 달동네에 살면서 피한방울 섞이지 않은 사람들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그래서 대학시절 친구들과 졸업해서 좋은 직장 가더라도 지금 사회문제에 대해 고민했던 것을 잊지 말자고 약속했다. 80년대 후반엔 취업이 잘 되던 때였으니까.
그래서 각자 취직 후 다시 달동네에 들어가 3년 정도 방을 얻어 같이 살았다. 주말에는 공부방에서 아이들 가르치고 장마가 오기 전에 축대도 쌓았다. 요즘 표현으로 도시재생사업 같은 일을 한 거다. 그 문제의식이 아직 남아있었던 것 같다. 내 가치관과 정반대인 금융에서 일했지만 임팩트 투자를 알고 난 후 깨달은 거다. 나의 가치관과 비즈니스를 일치시킬 수 있구나.
재무적인 성과를 추구하되 재무적인 성과만 보고 투자하진 않는다.
- 임팩트 투자는 ''착한 투자''와 어떻게 다른가? 무슨 기준으로 투자하는 것인가?
- 단순히 선한 투자가 아니다. 투자자로서 절제된 잣대가 개입된다. 임팩트도 있으면서 성공할 수 있는 기업가를 지원하는 것이다. 재무적인 성과를 추구하되 재무적인 성과만 보고 투자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투자 패러다임의 변천사를 한번 보라. 초기에는 수익극대화라는 단일 잣대였다. 그러다 현대 투자이론에서는 리스크 관리라는 함수가 등장했다. 임팩트 투자는 여기에 ''책임감''을 하나 더 추가했다. 이 비즈니스 모델의 사회문제 해결능력은 무엇인지, 그것을 어떻게 측정할 수 있는지 ''의도성''과 ''측정가능성''이라는 두 가지 잣대로 투자를 한다.-
예를 들어 우리가 투자한 ‘에누마’라는 회사는 뒤처진 아이들, 발달장애 아이들이 공부할 수 있는 툴을 만든다는 미션이다. 올해 ‘글로벌 러닝 엑스프라이즈’에서 최종 우승을 했다. 이 대회는 총 상금규모가 1,500만 달러(175억 원)인데 결선 5개 팀에 각 100만 달러를 주고, 3년 동안 아프리카 아이들에게 실증테스트를 한 뒤 최종 우승자에게 1,000만 달러를 준다. 에누마가 만든 ''킷킷스쿨''이 아프리카 아이들 교육향상에 실질적인 도움이 됐다는 테스트 결과가 나오면서 최종 공동우승을 해서 500만 달러 상금을 받았다. 상금의 후원자가 엘론 머스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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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이 있는 사람을 위한 혁신은 많이 일어난다. 하지만 하위 70%의 사람은 이런 혁신에 혜택을 받지 못한다. 에누마가 그런 잠재된 시장에 맞는 상품을 개발해 개척한 좋은 케이스다.
임팩트라는 렌즈 덕분에 새로운 투자기회를 발굴할 수 있다.
- 수익만 보고 투자해도 수익을 올리기가 쉽지 않은데 의미까지 같이 도모하는 것은 더더욱 쉽지 않을 것 같다.
- 오히려 임팩트라는 렌즈 덕분에 새로운 투자기회를 발굴할 수 있다. 우리가 중점적으로 보고 있는 분야가 세 가지다.
첫째, 재활과 돌봄 분야다. 우리가 투자한 회사 중에 ‘네오팩트’라는 곳이 있다. 재활에 게임을 접목해 재활의 효과를 높이고 있다. 이미 코스닥에 상장했다. 우리나라는 노령화가 가장 빠른 나라다. 그럼에도 투자자들이 많이 투자하지 않은 분야가 재활과 돌봄이다. 비즈니스 기회가 엄청나게 열려있다.-
둘째, 지역의 가치, 공간의 이해와 접목된 분야다. 저소득층과 젊은 층을 위한 하우징 등이다. 최근 이 문제를 해결하려는 젊은 기업가가 많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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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 환경과 물이다. 미세먼지, 폐플라스틱, 물 문제는 엄청난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지만 투자는 미미하다. 이런 분야에 집중적인 투자가 이뤄져야 새로운 생태계가 생길 수 있다.
- 환경은 절박한 이슈이니 의미와 수익을 추구할 수 있지만 그동안 자선의 영역이었던 저소득층에 대한 임팩트 투자는 어렵지 않을까?
- 물론 상업적인 기회로 확대되기까지 시간이 걸리는 분야도 있다. 이런 분야는 정부 예산, 기업의 사회공헌기금을 활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우리가 투자했던 ‘토도웍스’는 휠체어에 혁신을 만든 회사다. 휠체어는 일반휠체어와 전동휠체어로 나뉘는데 전동휠체어는 무겁기도 하고 고가다. 그런데 토도웍스의 전동 키트를 수동휠체어에 달면 전동휠체어처럼 이용할 수 있다. 가격도 저렴하고 접을 수도 있고 여행갈 때 가져갈 수도 있다. 이런 경우 사업 초기에는 장애인이 휠체어 보조금을 받아 구입할 수도 있고, 기업에서 사회공헌을 위해 대규모로 구입하기도 한다.
우리는 상당한 수준의 수익률을 추구한다.
- 그래서 디쓰리쥬빌리의 투자 수익은 어떤가?
- 지난해 펀드를 구성하기 이전에는 직접투자 자금, 고유계정 자금 등으로 적게는 2억~3억 원씩, 많게는 20억 원까지 투자했다. 이 가운데 파킹 클라우드, 우주, 그린카 등 8개 회사에서 엑시트(수익 실현)를 했다.
지난해 1호 펀드(150억 원)를 구성해 모두 집행했고 올해 2호 펀드(308억 원) 설정을 마치고 집행 중에 있다. 시리즈A 투자(초기투자 이후 제품·서비스 개발 단계에서 받는 투자. 수 십 억 원 규모)를 위주로 하되 일부는 초기 투자, 일부는 시리즈B 투자(제품·서비스 출시 이후 본격적인 시장진출을 위한 투자)를 할 예정이다. 전체 수익률 목표는 10% 정도다. 상당한 수준의 수익률을 추구한다.
- 일반인도 임팩트 투자에 참여할 수 있나?
- 우리가 투자한 회사 중에 ''더함''이라는 회사가 있다. 우리의 3개 주요 투자분야 중에 ''지역의 가치, 공간의 이해''에 해당하는 회사다. 협동조합형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 사업을 하는 곳인데 이런 사회적 부동산 회사는 채권을 발행할 수 있다. 그러면 금융회사가 더함이 발행하는 3~4%대의 채권에 투자하는 상품을 만들 수 있다. 일반인이 이 상품에 투자하면 위험 부담을 벤처 투자보다 줄이면서 임팩트 투자에 참여할 수 있다.
지금은 은행에 돈을 맡기고 나면 어디 내 돈이 투자돼 쓰이는지 잘 모른다. 앞으로는 일반인이 임팩트 투자에 참여할 수 있는 채권형, 크라우드 펀딩 등이 많이 나올 것이고 우리 역시 이를 개발하려고 한다.
11월 아시아 임팩트 투자자 포럼 개최
- 11월에 전 세계 유명 임팩트 투자자들을 초청해 포럼을 열 계획인데 설명해 달라.
- 사실 아시아의 임팩트 투자는 세계적으로는 덜 알려져 있다. 그래서 11월 21~23일 제주도에서 아시아 임팩트 투자 생태계 발전을 위해 글로벌 임팩트 투자사인 토닉(Toniic)과 공동으로 포럼을 마련했다. 주제는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한 자연생태계 투자’(Invest in Nature Capital for a Sustainable Future)로 잡았다.
국내를 비롯하여 홍콩, 중국, 싱가포르, 일본 등 아시아 각국에서 대표적인 임팩트투자자 100명 이상이 참가한다. 물, 공기, 자연환경에 투자하고 있는 투자자들의 철학, 방법론 등을 공유하고 왜 임팩트 투자를 시작하게 됐는지, 향후 전망을 어떻게 보는지 공유하는 자리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