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의민족' 서비스를 하는 우아한형제들의 김봉진 대표. 스타트업들 사이에서는 'CEO 벤치마크'로 불린다. '리더는 어떻게 일해야 하는지' 모델로 통한다. 사장이 '위치'가 아니라 '역할'인 시대 사장이 갖춰야 할 네 박자를 김 대표는 잘 보여주고 있다.


  1. 똑똑하게 일한다. 김 대표는 자율을 칼같이 보장하지만 성과도 칼같이 챙긴다.
  2. 재미있게 일한다. 직원들이 딴 짓 할 때 그가 나타나면 함께 딴 짓한다.
  3. 잘 쉰다. 최근 두 달 연락 두절하고 휴가 다녀왔다.
  4. 철학이 있다. 그는 리더의 역할은 지표를 확인하는 관리자가 아니라 고민하는 철인(哲人)이라고 강조한다.
 

김 대표도 사장이 처음일 텐데 어떻게 스타트업계 사장님들의 롤 모델이 됐는지 티타임즈 사무실로 초대해 그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사진=김휘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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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김휘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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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 사장님이 주말마다 쉬는 건 좀 그렇지 않나요?
(대표) 2, 3년차 때 딱 정했어요(현재 8년차이다). 주말만큼은 가족과 있겠다고. 결혼식도 안 가요. 카톡, 이메일 답장도 않고요. ‘읽음’이라 떠서 민망할 때도 있는데 월요일 다 답변하죠.

강연이나 행사 요청이 와도 무조건 ‘안 합니다’ 답변하죠. ‘주중에 열심히 일하다 보니 아이들과 보낼 시간이 없어서 양해 부탁드린다’고 하면 이해하시더군요.

그래도 그렇지, ''스타트업'' 사장님이잖아요?
처음엔 주말도 없었죠. 그런데 어느 순간 일 때문에 일을 하는 일들이 생기더라고요. 내가 정말 똑똑하게 일하고 있는 게 맞나, 이런 회의가 들었죠.

한 번씩 끊고 가는 게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안 그러면 비효율적으로 먼지 쌓이듯이 일을 하게 된다는 생각이 들었던 거죠.

최근 두 달 연락두절하고 제주도 휴가 다녀오셨던데?
공동창업자 세 명이 순번 정해서 쉬었죠. 서로 휴가 가 있는 동안 절대 연락하지 않기로 하고, 생사는 그냥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 ‘좋아요’ 누르는 걸로 확인하자고 했죠.

휴가 가자마자 제일 먼저 페이스북 앱 지워버렸고요(노트북과 PC에서만 들어가게). 업무상 들어가 있는 모든 카톡과 라인의 방도 다 나왔어요.

우아한형제들 본사 코워킹스페이스 전경 /사진제공=우아한형제들
우아한형제들 본사 코워킹스페이스 전경 /사진제공=우아한형제들

회사 멀쩡하던가요?
그럼요. 더 잘 되던데요. 사장님이 제일 문제에요. 진짜로. 사실 경영자에게 가장 중요한 게 좋은 인재를 많이 모셔 와서 내가 없어도 회사 잘 굴러가게 하는 것이에요.

어떻게 보면 (없는 기간이) 제 경영에 대한 평가의 기간이기도 하죠. 매니지먼트 구조를 잘 만들었으면 제가 없어도 문제가 없을 것이고, 제가 잘못 만들었으면 문제가 생기는 거죠.

직원들은 '저분들도 쉬는데 나도 쉬어야지' 이런 분위기겠네요?
저희가 5년 일하면 1개월 쉬는 프로그램도 있고요. 내년에는 더 많은 (휴식) 기회를 확대해 나갈 계획입니다. 쉬어보니 확실히 (쉬는 게) 더 필요하구나, 생각을 하게 됐어요.

왠지 'CEO란 000다' 새로운 정의를 가지고 계실 것 같은데.
플라톤 <국가>에 나오는 '철인 정치'에 대해 생각을 많이 해요. 고민하고, 철학을 하는 리더가 올바른 방향으로 조직을 이끈다는 생각을 하죠.

스타트업은 지표들이 어떻게 움직이면 어떻게 되고, 그런 공식이 있거든요. 그런데 지표만 확인하다보면 함정에 빠져요. 우리는 왜 이걸 하는지, 처음에 이걸 왜 시작했는지, 앞으로 어디로 가야 하는지, 이런 것들은 또 다른 문제잖아요. 이런 것들을 고민해야 하는 게 리더의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철인 경영? 이 말 좋네요.

대학생들이 많이 가고 싶어 하는 회사죠? 복지도 많고.
복지가 많은 회사가 좋은 회사라고 여겨지는데 저는 약간 생각이 달라요. 그러면 회사는 직원을 위해 존재하는 건가? 회사는 고객을 위해 존재하는 거잖아요! 고객에게 좋은 가치를 만들어내는 기업문화가 중요하다고 생각하고요.

/사진=김휘선 기자
/사진=김휘선 기자

그래도 우아한형제들은 직원들에게 잘해주기로 유명한데?
그건 그것 자체가 의미가 있기 때문이에요. 인간에게 잘해주는 건 원래 그렇게 해야 되는 거죠. 예의이고 의무죠.

좋은 복지가 경영성과로 이어지냐는 질문이 나올 수 있는데 저는 분리해서 봐야한다고 생각해요. 그럼 경영성과가 안 좋아지면 직원들을 대접하지 않을 거냐? 이런 문제가 돼버립니다.

경영성과는 경영성과대로 챙겨야 돼요. 저는 이 두 개가 다르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그래서 그런가요? 월요일은 오후에 출근하게 하면서도, '9시와 9시1분은 다르다'고 지각 못하게 딱 못 박고 있으니 말이죠. 상충되는 것 같기도 하고 말이죠?
자율과 자유에는 차이가 있는데요. 우리가 자율주행차를 자유주행차로 부르지 않는 이유가 있잖아요. 자유주행차가 나오면 어떻게 되겠어요?

저는 밖에 못 나갈 것 같아요. 아무데나 돌아다니면서 박을 것 아니에요. 엄격하게 규율을 지키면서 그 안에서 자율적으로 움직여야 한다는 거죠.



직원들과 회의를 할 때면 헐레벌떡 오르내린다고 하시던데?
여러 층 회의실을 막 잡죠. 업무하면서 계속 돌아다니고요. 지나가면서 직원들을 우연히 만나는 게 중요하잖아요. 전용 회의실 같은 곳에 모이면 일단 들어갈 때부터 구성원들이 분위기에 질식되어 버리죠.

실무자 자리에 가서 이야기 할 때도 있어요. 그러면 실무자들이 자기 목소리를 내거든요. (직원들이 대표와) 1:1로 이야기하다 좀 밀린다 싶으면 옆에 사람 끌어들일 수도 있고요.

해외 IT기업들보면 CEO가 실무자 호출 받고 가서 바로 결정내리기도 하더군요.
저희도 결재할 때는 실무자들이 저한테 카톡, 라인으로 바로 연락해요. 뭐 신입사원도 그렇게 하고요. 급한데 제 결재 때문에 안 된다면 제가 문제인거잖아요.

제가 회의에 끌려들어가서 막 이야기하고 있는데 (다른 직원들이) 카톡 보내요. 그러면 제가 ''바로 해드릴게요'' 답하죠.

1, 2년차밖에 안 된 신입들도 바로 카톡을 한다 말이죠?
많이 해요. 어젯밤에도 하고. 여기 보시면 (라인 화면 보여줌) 이제 막 고등학교 졸업한 직원인데 아직 결재가 안 돼 못 나가고 있다는 것도 있고. 이런 게 편한 것 같아요. 비효율적이라고 생각해 본 적 없어요. 급한 사람만 하는 거니까.


우아한형제들에서 일하는 게 왜 다들 재미있다고 하는 걸까요?
아니요. 저희 스트레스 굉장히 많고요. 그런데 스트레스가 두 가지가 있는 것 같아요. 일에 대한 스트레스와 인간관계에 대한 스트레스. 업무에 대한 스트레스를 많이 주려고 해요. 대신 인간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는 안 주려고 노력하죠.

그래서 재작년부터 퇴근 할 때 인사하지 말자, 그냥 '쿨'하게 사라지자 캠페인 했고요. 휴가 갈 때 사유도 없앴죠. 휴가는 쉬고 싶을 때 쓰는 거거든요. 집에 빨래가 많이 밀렸거나 설거지가 많이 밀려도 휴가 쓸 수 있는 거죠.

새로 회사 이사하셨죠? 인테리어에 많이 관여하셨다 하던데?
네. 제 메인 잡(job)이죠. '공부하는 인간'이라는 EBS 다큐가 있었는데 일본 사람들은 계속 메모해요, 한국은 계속 외워요, 중국은 계속 말하죠. 그리고 유대인들은 토론을 해요.

우리는 암기 위주로 공부를 해서 그런지 일할 때도 다른 사람과 이야기하면 일이 아닌 거예요. 회의실에서 해야 회의로 인정해주고요. 근데 잘못된 거 아니에요?

이야기하는 게 굉장히 중요하거든요. 신발 벗고 앉아서 할 수도 있고, 벽에 기대 회의할 수도 있고. 이야기할 공간 많이 만드는 게 중요하다 생각했죠. 외워서 일하는 시대가 아니잖아요.


오가다 직원들과 마주치면 직원들이 엉거주춤해하지 않나요?
좋은 조직 문화인지를 확인하려면 이걸 보면 돼요. 왜 사무실에서 농담도 하고 핫도그도 사먹고 재미있는 콘텐트를 보잖아요. 상급자가 나타났을 때 딱 드러나요.

후다닥 자리에 가서 앉으면 그 조직 문화는 별로 좋지 않은 거고요. 직원들이 ''이리 와보세요''라고 이야기하면 좋은 조직 문화에요. 그 조직을 평가할 수 있는 지표이죠.

저희는 저나 임원들이 돌아다녀도 후다닥 노트북을 덮거나 디자인하다 (화면을 숨기기 위해) 1000% 비율을 키운다든지 이런 일 없어요. 같이 이야기하고 그러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