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가 3일 긴급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소집해 기준금리를 전격 인하했음에도 이날 뉴욕증시 3대 지수는 3% 가까이 하락 마감했다. 정례 FOMC도 아니고 긴급회의를 소집해서, 그것도 통상적인 0.25%포인트가 아니라 0.5%포인트 ‘빅컷’ 인하를 했음에도 말이다. 이튿날인 4일 큰 폭 반등했지만,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 상대적으로 시장 친화적인 조 바이든이 우세한 데 따른 '바이든 효과' 때문이지 기준금리 인하의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분석이다, 그만큼 코로나19에 대한 시장의 불안이 크다는 이야기다.

/사진=af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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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깜짝 인하’에 더 깜짝 놀란 시장

연준이 정례 FOMC가 아닌 시점에 기준금리를 내린 것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이다. 이처럼 이례적인 조치가 오히려 코로나19에 대한 불안과 불확실성을 부추겼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 경제매체 CNBC 진행자 짐 크레이머는 “연준이 위험성을 인지하고 있다는 건 좋은 일이지만 ‘내 생각보다도 상황이 심각하구나’라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또한, 이미 기준금리가 1%대인 상황에서 금리 인하는(1.50~1.75% → 1.0~1.25%) 효과가 제한적이라는 설명도 나온다.  
 
2. ‘공급 쇼크’에 수요 처방 내리는 격

지금까지의 글로벌 금융위기는 대부분 수요의 문제였다. 소비심리가 위축하면서 물가가 하락하고 소비와 투자가 더 줄어드는 악순환이 반복되면서 불황에 빠지는 식이다. 이른바 ‘D(디플레이션)의 공포’다.

그런데 ‘C(코로나)의 공포’는 공급 문제를 동반한다. 직원들이 출근하지 못해 공장이 정상 가동되지 않고 수출입도 절차도 더욱 엄격해진다. 특히 지금처럼 글로벌 공급망이 촘촘하게 짜인 상황에서는 전례 없는 공급 쇼크가 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미 ‘세계의 공장’ 중국이 휘청한 것만으로도 피해는 막심하다.

이런 상황에서 소비와 투자를 진작시키기 위한 금리 인하 카드의 효과는 제한적이라는 지적이다. 카샵 시카고대 부스경영대 교수는 파이낸셜타임스(FT)에 “수많은 중앙은행장들이 통화정책이 (코로나발 경기 침체를 해결하기 위한) 가장 적합한 도구가 아니라고 말한다”고 밝혔다. 

케네스 로고프 하버드대 경제학과 교수는 가디언지에 “정책 입안자들은 금리 인하나 재정 부양책(fiscal stimulus)을 떠나 공급 문제를 따로 다뤄야 한다는 점을 깨달아야 한다”며 “예를 들어 미국이 가장 빠르게 시행할 수 있는 대책은 대(對)중 관세를 철폐함으로써 시장을 안정시키는 것이다”라고 조언했다.


미국 기준금리 추이. /자료=bloomberg
미국 기준금리 추이. /자료=bloomberg

이처럼 불확실성을 높이며 수요를 압박하고 동시에 전 세계 공급사슬에 타격을 주고 있는 ‘C(코로나)의 공포’는 향후 세계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쟁점은 2가지다. 코로나가 언제까지 얼마나 확산할 것인가. 그리고 연준은 얼마나 더 금리를 내릴 것인가. 모건스탠리와 맥킨지는 최근 미국 경제와 증시에 미칠 영향을 코로나19 진압 시점에 따라 3가지 시나리오로 정리했다.

1. 조기 종식

코로나19가 팬데믹(pandemic·세계적 대유행)으로 발전하지 않고 해결된다는 최상의 시나리오다. 중국 경제는 3월부터 정상 가동되기 시작하고 한국, 일본, 이탈리아 등 주요 발병국가의 역내 확산이 1~2분기 내로 진정되는 경우다. 

이 경우 경제적 피해는 제한적이다. 1분기 주요 경제지표 부진은 피할 수 없겠지만 2분기부터 회복된다는 것. 모건스탠리는 증시도 2분기 기업들의 실적 발표를 기점으로 회복할 것이라며 순이익 대비 저평가된 종목에 투자할 것을 추천했다.

2. 제한적 경기 둔화

가장 현실성이 높은 시나리오다. 코로나 피해가 2~3분기까지 이어지는 상황이다. 이 경우 글로벌 경기 둔화를 피할 수 없는데, 맥킨지는 소비심리가 3분기까지도 얼어붙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모건스탠리는 상반기 세계 경제성장률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저인 2.4%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항공, 관광, 호텔 산업이 장기 침체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 

3. 팬데믹에 따른 경기 침체

코로나가 팬데믹이 되는 최악의 시나리오다. 2분기까지 세계 곳곳에서 코로나가 확산하면서 2020년 전반에 걸친 글로벌 경기 침체가 발생하는 상황이다. 이 경우 미국에서는 기업의 신용 리스크가 높아지고 실업률이 현재 3%대 중반 수준에서 2%포인트 더 오를 수 있다. 증시는 S&P500지수를 기준으로 현재 3003.37에서 2750까지 떨어질 수 있다는 경고다. 


미국 월스트리트. /사진=afp
미국 월스트리트. /사진=afp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코로나19 확산 상황에 따라 추가 금리 인하 가능성도 밝힌 상태다. 파월 의장은 금리 인하 직후 "앞으로 연준은 코로나 진행 상황과 이로 인한 경제적 여파를 면밀하게 관찰할 것"이라며 "우리가 활용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통해 경제를 보조할 것"이라고 밝혔다. 골드만삭스는 6월까지 총 3차례 금리 인하가 이뤄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만약 연준이 금리를 더 내린다면 기준금리가 1%대 미만으로 떨어지면서 투자심리가 개선될 가능성이 있다. 미국을 시작으로 전 세계 주요 경제국 중앙은행들이 연쇄적으로 금리를 내리면서 공조 효과도 기대해볼 수 있다. 데이비드 켈리 JP모건자산운용 수석 글로벌 전략가는 CNN에 "연준이 몇 달 뒤 금리를 제로까지 내린다고 해도 놀라지 않을 것"이라며 코로나 사태가 악화할 경우 연내 제로금리를 실현할 가능성을 50%까지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