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구글, 유튜브 등에 투자했던 미국 최대 벤처캐피탈 세쿼이아캐피털이 최근 코로나19 사태에 대해 스타트업들이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서한을 공개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세쿼이아캐피털이 발표해 반향을 불러왔던 '좋은 시절은 지나갔다'(R.I.P. Good Times)는 제목의 서한과 비슷하다. 당시에도 세쿼이아는 위기의 본격화를 경고하며 스타트업이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제시했다. 이번에 공개된 서한을 정리한다. 

▲ 2009년 금융 위기를 앞두고 스타트업이 대비해야 할 항목을 담았던 세콰이어캐피털의 서한 첫 장. (이미지 출처 : Sequoia Capital)
▲ 2009년 금융 위기를 앞두고 스타트업이 대비해야 할 항목을 담았던 세콰이어캐피털의 서한 첫 장. (이미지 출처 : Sequoia Capital)



1. 2020년 '블랙 스완'으로 인식해야 한다.

세쿼이아는 이번 코로나 사태가 ‘2020년 블랙 스완(Black Swan)’이라며 스타트업들이 위기를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세계 경기 침체를 부를 수 있는 예기치 못한 변수라는 것이다. 블랙 스완 개념은 뉴욕대 리스크공학 전문가 나심 탈레브 교수가 2007년 서브 프라임 모기지 사태를 예언하면서 제시한 개념이다. 극단적으로 예외적이어서 발생 가능성이 없어 보이지만 일단 발생하면 엄청난 충격과 파급효과를 가져오는 사건을 가리킨다.

이미 코로나19는 스타트업들에 직격탄이 되고 있다. 세쿼이아는 "바이러스가 전 세계적으로 퍼진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2020년 1분기 사업계획이 아예 막힌 곳도 있다"고 전했다. 특히 하드웨어, 소비자 직접 판매(D2C·Direct to Consumer), 소매 분야가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전망했다. 무엇보다 '세계의 공장' 중국이 큰 타격을 입으면서 서플라이 체인의 손상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상대적으로 영향을 덜 받을 소프트웨어 회사 역시 전반적인 경기 침체를 피할 수는 없다는 분석이다.


2. 스타트업이 코로나19에 대처하는 자세

① 현금을 확보하라.

“향후 몇 분기에 걸쳐 실적이 부진할 수 있다. 그러니 회사가 버틸 수 있는 현금이 있는지 살피라. 사업의 근간을 흔들지 않는 선에서 투입할 수 있는 자금이 있어야 한다.”

“벤처 투자가 줄어들 수 있다. 사업 아이템이 매력적이어도 투자 유치가 쉽지 않을 것이다. 이에 대한 대안이 필요하다.“

② 합리적으로 돈을 쓰고 있는지 재검토하라.

"매출과 고객 감소가 불가피하다. 고객 유치에 고삐를 당겨야 한다. 하지만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만큼 마케팅 투자수익률(ROI)이 높게 나오도록 마케팅을 해야 한다.”

"정말 합리적으로 돈을 쓰고 있는지 검토해야 한다. 당연히 성사될 줄 알았던 계약이 어그러질 수도 있으니 말이다. 안일해지면 안 된다."

"어떻게 생산성을 높여 더 많은 일을 해낼 수 있을지 냉정하게 판단하는 시점이 올 것이다. 회사 인원을 줄여서라도 말이다."

③ 직원들이 리더를 지켜보고 있다.

"지나친 낙관으로 긴급 대책을 세우지 않거나 우물쭈물 의사결정을 미루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위기의 순간에 팀에 필요한 리더십을 보여주라."

"직원들은 코로나19에 대해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 지금 상황에 리더가 어떻게 반응할지, 그 대응이 자신들에게 어떤 의미인지 지켜보고 있다는 뜻이다."

④ 위기를 성장의 기회로 만들자.

"오히려 힘든 시기를 기회로 바꿀 수 있다. 구글, 페이팔은 닷컴버블을 견뎌서 더 강해졌다. 에어비앤비, 스퀘어는 2009년 금융 위기 당시 설립된 스타트업이다."

"환경의 제약이 오히려 기업의 집중력을 높이고 더 창의적으로 일하도록 이끌 수 있다. '가장 강하거나 똑똑한 생물이 아니라 변화에 가장 잘 적응하는 생물이 살아남는다’(not the strongest or the most intelligent, but the most adaptable to change)는 다윈의 진화론을 명심하라."

▲ 2020년 코로나19 사태에 대해 경고하는 세콰이어캐피털의 서한 첫 장. (출처 : Sequoia Capital)3
▲ 2020년 코로나19 사태에 대해 경고하는 세콰이어캐피털의 서한 첫 장. (출처 : Sequoia Capital)3


3. 제대로 버틸 게 아니면 짐 싸서 집에 가라.

참고로 2008년 세쿼이아의 서한의 주요 대목도 소개한다. 혹한기를 준비하라는 내용이었다.

① 영기준예산제도를 고려하라.

"영기준예산제도(ZBB)란 올해 예산을 편성할 때 전년도 예산에 기반을 두지 않고 0원을 기준으로 삼는 접근법이다. 진짜로 허리띠를 졸라매야 한다는 뜻이다."

② 수익에 집착하고 지출에 신중하라.

"실리콘밸리 슈퍼 엔젤 투자자 론 콘웨이는 본인이 투자한 회사에 이메일을 보내 '최소한 1년 이상 버틸 현금이 없는 회사는 생존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경고했다."

"중개료나 수수료가 높은 수익 구조를 차용하라. 무조건 현금 흐름이 좋아지도록 만들어야 한다. 금융 위기가 장기화하면서 시장은 수익성이 좋은 기업을 선호할 것이다."

③ 장타율을 점검하라.

"장기적으로 타율을 높이려면 어떤 의사결정을 할지 고민해야 한다. 제품에 꼭 필요한 기능이 무엇인지, 별 효과가 없는 마케팅 전략을 쓰고 있지 않은지, 현재 비용 지출 내역 중 어떤 것을 미룰 수 있는지, 현재 인원수를 줄여야 하는지 점검하자."

④ 최대한 상황 변화에 빠르게 적응하라.

"당시 어떤 결정을 내릴지 고민하지 않아서 '그때 어떤 결정을 내렸어야 했는데'라고 후회하게 된다. 그러니 무조건 빠르게 적응하자. 빠른 자가 살아남는다. 지금의 위기에 실전처럼 임하지 않을 것이라면 그냥 짐 싸서 집에 가라.(Get real or go ho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