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는 실물과 돈(유동성)으로 구성이 되는데 코로나 사태 이후 실물과 유동성을 대표하는 지표의 괴리가 커지고 있다. 생산, 투자, 소비, 고용 등 실물지표는 (미국의 경우) 대공황 이후 최악의 수준을 기록하고 있는데, 증시는 ‘V자 반등’ 추세다. 지난 8일 미국 4월 실업률이 1948년 이후 최고인 14.7%(3월 4.4%)로 한 달 만에 2,050만 명이 일자리를 잃었다고 발표됐을 때도 S&P500 지수는 1.7% 상승 마감했다. 월스트리트는 왜 메인스트리트(main street)와 따로 노는 것일까?
1. 증시는 경제가 아니다.
지금껏 많은 이들이 증시는 실물의 거울이라고 말해왔다. 사실 양질의 실물지표를 측정하기 힘들고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았을 때는 모두가 증시에 주목할 수밖에 없었다. 이때의 관성이 아직도 남아있다. 하지만 증시와 실물경제 간의 상관관계가 매우 낮다는 것은 이미 기정사실이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 뉴욕시립대 교수도 2018년 2월 뉴욕타임스 칼럼을 통해 “증시는 경제가 아니다”고 강조했다.
2. 증시는 미래를 한참 미리 반영한다.
설령 증시에 실물경제를 반영하는 거울의 속성이 있다 해도 절대 실시간으로 비춰주지 않는다. 3~6개월 앞서 실물을 반영한다. 주가가 지금의 경제 상황이 아니라 한참 후의 경제 상황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지난 3월 증시가 바닥을 치고 올라왔을 때는 1분기 최악의 경제지표와 2차 감염 등의 위험, 그리고 향후 경기 부양책까지 모두 반영한 결과였다.
3. 실물보다 돈의 논리로 움직인다.
코로나 사태 이후 각국 정부와 중앙은행은 대규모 부양책을 내놓았다. 특히 미 연방준비제도(Fed)는 투기등급을 포함한 회사채와 지방채를 매입해 시장에 유동성을 무제한 공급하겠다는 전례 없는 조치를 내놨다. 우리가 알고 있던 중앙은행이 맞나 싶을 만큼 과감했다. 이런 양적 완화와 함께 미 기준금리를 제로(0)에 가깝게 내렸다. 돈이 이렇게 많이 풀리면 증시로도 갈 수밖에 없다.
그래서 연준이 증시에 헛된 희망을 주고 있다는 비판도 나왔다. 제임스 맥도날드 헤라클레스 인베스트먼트 CEO는 야후파이낸스에 “연준의 유동성 공급은 증시에 잘못된 희망을 불어넣었다”며 “소상공인의 절반이 사라지고 인구의 3분의 1이 일자리를 잃게 된다면 주가이익비율(PER)은 떨어질 것이고 또 떨어져야만 한다. 가상의 주식시장 가치를 계속 가져갈 수는 없다”고 말했다.
4. 지금 증시는 그들만의 잔치다.
사실 V자 반등을 뜯어 보면 소수의 기술 대기업에 의한 것이다. S&P500에서 상위 5개 주도주(마이크로소프트, 애플, 아마존, 알파벳, 페이스북)가 차지하는 비중은 20%. 올 초부터 4월까지 이들 5개 기업 주가는 10% 이상 상승했다. 반면 나머지 495개 기업은 13% 하락했다.
르네 스툴즈 미 오하이오대 교수는 뉴욕타임스에 “지금 S&P가 상승세인 이유는 주가가 상대적으로 적은 수의 기업에 의해 좌우되고 있기 때문”이라며 “이 기업들은 바이러스로 인해 오히려 수혜를 받았다”고 말했다.
주식을 보유한 투자자들도 소수에 불과하다. 골드만삭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9월 말을 기준으로 모든 미국의 모든 가계가 보유한 주식 중 56%를 소득 상위 1%가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 주식 가치로 환산하면 173억8,400만 달러(21조4,000억 원)이다. 반면 하위 90%가 보유한 주식은 12%에 불과했다. 에드 볼프 뉴욕대 이코노미스트는 뉴욕타임스에 “중산층의 주식 보유량은 매우 적은 편”이라며 “증시 등락이 중산층 가정의 자산 규모에 미치는 영향이 거의 없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사실 V자 반등을 뜯어 보면 소수의 기술 대기업에 의한 것이다. S&P500에서 상위 5개 주도주(마이크로소프트, 애플, 아마존, 알파벳, 페이스북)가 차지하는 비중은 20%. 올 초부터 4월까지 이들 5개 기업 주가는 10% 이상 상승했다. 반면 나머지 495개 기업은 13% 하락했다.
르네 스툴즈 미 오하이오대 교수는 뉴욕타임스에 “지금 S&P가 상승세인 이유는 주가가 상대적으로 적은 수의 기업에 의해 좌우되고 있기 때문”이라며 “이 기업들은 바이러스로 인해 오히려 수혜를 받았다”고 말했다.
주식을 보유한 투자자들도 소수에 불과하다. 골드만삭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9월 말을 기준으로 모든 미국의 모든 가계가 보유한 주식 중 56%를 소득 상위 1%가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 주식 가치로 환산하면 173억8,400만 달러(21조4,000억 원)이다. 반면 하위 90%가 보유한 주식은 12%에 불과했다. 에드 볼프 뉴욕대 이코노미스트는 뉴욕타임스에 “중산층의 주식 보유량은 매우 적은 편”이라며 “증시 등락이 중산층 가정의 자산 규모에 미치는 영향이 거의 없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앞으로는 어떻게 될까?
지금의 증시는 실물경제와의 괴리가 지나치게 크기 때문에 고평가됐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경제활동이 정상화하지 않으면 결국 파산하는 기업들이 나올 것이고, 이 경우 주도주만으로 증시를 끌어올리는 데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연준의 제롬 파월 의장도 지난 13일 "코로나바이러스가 초래한 고통의 정도는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라며 "지금이 '마지막 장'(final chapter)이 아닐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깊고 긴 충격은 경제에 지속해서 충격을 가할 수 있고, 경기 회복이 탄력을 받으려면 시간이 걸릴 수 있다"며 정부가 재정지출을 더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안 하넷 앱솔루트 스트래티지 리서치 수석투자전략가는 CNBC에 “2008년 금융위기 때는 기업들이 실적을 회복하는 데 2년이 걸렸다”며 “만약 이번 코로나 사태에서 실적이 1년 만에 정상화한다면 그야말로 깜짝 놀랄 일”이라고 말했다.
반면 지난 한 달 반처럼 증시가 예상을 깨고 반등세를 이어가 'V자 회복'을 이뤄낼 가능성도 일부 있기도 하다. 현재로서는 가능성이 떨어지지만, 연준이 금리를 마이너스로 떨어뜨리고 연방정부도 부양책의 규모를 키운다는 조건이다. 이 역시 돈의 힘이다. 물론 코로나 백신과 치료제 개발이 앞당겨진다면 실물과 증시 모두에 엄청난 호재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