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동학 개미’가 있다면 미국에는 ‘로빈후드’가 있다. 공통점은 유튜브를 통한 주식 공부를 밑천으로 능수능란하게 온라인 거래를 한다는 것. 투자 결정이 빠르며 단기 투자를 선호한다는 것도 유사하다. 그래서 이들은 오르는 것 확인하고 사는 게 아니라 떨어지면 산다.

예를 들어 로빈후드는 워렌 버핏이 항공주를 팔아치울 때 이를 사들여 주가를 다시 올려놓았고, 파산보호를 신청한 미국 2위 렌터카업체 허츠 주식을 사모아 0.56달러에 불과했던 동전주를 6월 8일 5.53달러(6월 15일 기준 1.88달러) 지폐로 바꿔놓기도 했다.

위험한 투자를 하고 증시 변동성을 높인다는 지적도 있지만, 기관에 휘둘리던 옛날의 개미가 아니라는 평가도 있다. 그런데 왜 미국 개미들은 로빈후드라 불리게 된 것일까? 바로 밀레니얼 세대가 사랑하는 주식 앱 '로빈후드' 때문이다. 

로빈후드는 PC나 스마트폰으로만 사용할 수 있다/사진=로빈후드
로빈후드는 PC나 스마트폰으로만 사용할 수 있다/사진=로빈후드


로빈후드는


2013년 창업해 5년 만에 이용자가 1,300만 명에 달한다. 특히 코로나 사태로 증시가 ‘V’를 그린 1분기에만 300만 명이 증가했다. 이용자의 평균 연령은 31세. 다른 증권사와 비교해도 성장세가 무섭다. 

◦피델리티 인베스트먼트(74년 역사) : 2,700만 명.
◦TD 아메리트레이드(45년 역사) : 1,200만 명.
◦찰스 슈워브(50년 역사) : 1,290만 명.

더욱이 이들 증권사는 온‧오프 망라한 숫자고, 로빈후드는 모바일과 PC로만 거래된다.

로빈후드의 '관심 종목 리스트'/사진=Birt
로빈후드의 '관심 종목 리스트'/사진=Birt


밀레니얼 세대는 왜 로빈후드인가?


로빈후드에 따르면 가입 고객의 절반 이상이 주식 투자를 처음 해보는 밀레니얼 세대이다. 어렵고 복잡한 주식 거래를 쉽고 재미있게, 마치 게임처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것도 수수료 하나 없이 말이다.

① 수수료 무료, 최소 잔액 기준 '0' = 로빈후드가 출시될 때만 해도 다른 증권사에서는 7~10달러 건당 수수료를 내야 했다. 계좌 유지를 위한 수백 달러 잔액도 필요했다. 하지만 로빈후드는 수수료 무료, 계좌 유지 금액 제로를 선언했다. 덕분에 적은 돈을 주식 거래를 하고자 하는 젊은 층이 모여들었다.

② 친구 초대하면 주식 1주 지급 = 게임 앱에서 친구 초대하면 무료 아이템 지급하듯 기존 이용자가 신규 이용자를 소개하면 무작위로 주식 1주를 지급한다. 지급되는 주식 금액은 2.5~200달러 사이에서 결정된다. 최대 받을 수 있는 무료 주식은 연간 500달러. 올 1월부터는 친구 3명 초대하면 보너스로 주식 1주를 더 지급하고 있다.

③ 1주 미만 거래도 가능 = 예를 들어 주당 2,558달러 아마존 주식을 1달러만 거래할 수 있다. 1주 미만 주주라도 지분에 해당하는 배당금도 받는다. 로빈후드는 26만 달러 버크셔 해서웨이의 주주가 돼 보라고 홍보한다.

사진=로빈후드
사진=로빈후드

④ 직관적이고 쉬운 앱 디자인 = 복잡한 숫자 대신 직관적인 그래픽과 색으로 정보를 제공한다. 더 가볍고 친근하다.

◦ 관심주식 등록하면 : 주식명, 선 그래프, 기간별 등락률 등 3가지 항목만 나온다. 이 가운데 기간별 등락률 항목은 현재가를 보여주는 것으로 바꿀 수 있다. 이렇게 한 것은 2,500달러짜리 주식을 70달러어치 산 사람에게는 현재가보다 등락률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 종목 터치하면 : 주식이 오르고 있으면 배경화면도 초록색, 하락하면 주황색이다.

◦ 주식 살 때 : 살 가격과 주식 수 입력하고 '결정' 버튼을 위로 스와이프하면 된다.

복잡한 금융거래를 직관적 디자인으로 대체하면서 '2016 구글플레이 어워드'를 수상하기도 했다. 다만 다양한 주식 정보와 리포트가 없어 많은 자금을 운용하는 투자자는 꺼린다. 

사진=로빈후드
사진=로빈후드

⑤ 직불카드부터 암호화폐까지 : 주식에 투자되지 않은 예치금은 이자를 받을 수 있다. 한때 2%가 넘었는데 현재 0.3%. 직불카드를 만들어 잔액만큼 사용도 가능하다. 암호화폐 거래도 가능하다.

그래서 밀레니얼 세대는 어차피 제로금리 시대에 은행 계좌 만드는 대신 이곳에서 주식‧암호화폐 거래, 직불카드, 이자수익 등을 모두 해결한다. 바이주 바트 로빈후드 CEO는 "로빈후드 사용자들은 인스타그램이나 왓츠앱 사용하듯 우리 앱을 사용한다. 하루 평균 10번 앱을 열어본다”고 말했다. 

캘리포니아에 위치한 로빈후드 사무실/사진=로빈후드
캘리포니아에 위치한 로빈후드 사무실/사진=로빈후드


로빈후드는 무엇으로 돈 버나?


블룸버그에 따르면 로빈후드 매출의 40%가 증권사로부터 로빈후드가 받는 수수료다. 로빈후드는 증권 거래 앱이지만 실제 거래는 로빈후드에서 이뤄지지 않는다. 시타델 증권 등 더 큰 증권사에 거래를 위탁한다. 대신 로빈후드는 거래액 1달러당 최대 0.00026달러를 수수료로 받는다.

또 이용자 대상으로 '골드서비스'라는 대출도 해준다. 월 5달러 수수료를 내면 계좌 잔액에 따라 최고 1,000달러까지 무료로 빌릴 수 있다. 1,000달러 이상 대출할 때는 초과 금액에 대해 5% 이자를 내야 한다.


주식을 사는 과정에서도 스와이프 동작을 적용해놨다/사진=핀터레스트
주식을 사는 과정에서도 스와이프 동작을 적용해놨다/사진=핀터레스트

로빈후드는 계속 성장할 수 있을까?


로빈후드의 현재 기업가치는 83억 달러(10조 원). 최근 2억8,000만 달러(3,368억 원) 추자도 받았다. 기존 증권사들도 수수료와 최소 잔액 기준을 없애는 등 로빈후드 눈치를 보고 있다.

하지만 지난 3월 이용자가 폭증하면서 앱이 종일 다운되는 사태가 벌어지면서 항의가 빗발쳤다. 다른 증권사들이 수수료 제로를 도입한 것도 로빈후드에겐 위협이다. 무엇보다 밀레니얼 세대도 나이가 든다는 것이 가장 큰 위협 요인이다. 브레난 하우켄 UBS 애널리스트는 최근 CNBC에 “밀레니얼 세대가 나이가 들어 굴려야 할 자산이 늘어난다면 그들은 더 신뢰할 수 있는 회사로 옮겨갈 것”이라며 “장기적으로 로빈후드의 비즈니스 모델은 쉽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