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가 지난달 15억 달러(1조6,726억 원) 상당의 비트코인을 매수했다고 8일(현지시간) 밝히면서 비트코인 가격이 사상 처음으로 4만7,000달러(5,200만 원)대를 기록했다. 또 고객들이 비트코인으로 테슬라 자동차를 사게 될 것이라고도 했다. 테슬라는 왜 회사 자금으로 비트코인에 투자하고, 왜 비트코인 받고 자동차를 팔려는 것일까?
테슬라는 비트코인 투자 이유에 대해 “현금 수익을 극대화하고 유연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라며 “향후 자본 일부를 암호화폐에 더 투자할 수 있다”고 밝혔다.
기업은 현금성 자산을 대개 예금 형태로 보유하는데 일부를 부동산이나 주식 등 자산에 투자하기도 한다. 하지만 유동성이 떨어지는 실물자산에 투자하면 자칫 자금이 묶여버릴 수 있다. 테슬라가 보유한 현금성 자산은 2020년 말 기준 193억8,400만 달러(21조6,073억 원). 2019년 말(62억6,800만 달러)과 비교하면 3배 이상 급증했다.
저금리로 현금을 굴릴 곳이 마땅치 않은 상황에서 최근 가치가 급등하고 있고, 유동성이 높은 비트코인이 대안이 될 수 있다. 테슬라는 최근 사업보고서에서 비트코인 매입 이유에 대해 "적절한 운영 유동성 유지에 필요한 것 이외 남는 현금을 특정한 대체 자산(alternative reserve assets)에 투자해 수익을 다양화하고 극대화하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테슬라가 전격적으로 비트코인에 투자하면서 다른 기업의 투자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댄 아이브스 웨드부시증권 매니징 디렉터는 워싱턴포스트에 “판을 뒤흔드는 움직임(game-changing move)”이라며 "월가나 다른 업계도 어떤 기업이 테슬라의 뒤를 쫓아 비트코인에 투자할지 유심히 살피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암호화폐 투자자이자 갤럭시 디지털 창업자인 마이크 노보그라츠도 CNBC와의 인터뷰에서 "모든 회사는 사업 계획의 일부로 디지털 화폐, 디지털 결제를 받아들이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그것이 고객이 원하는 것이고, 세계가 움직이는 방향"이라고 말했다.
그런데 테슬라는 여기서 더 나아가 왜 비트코인을 받고 자동차를 팔려고 할까?
우선 가격 상승효과다. 비트코인 가격은 장기적으로 보면 우상향 그래프를 그려왔다. 11년 전 피자 한 판을 사기 위해서는 비트코인 1만 개가 필요했지만, 지금은 1개만 있어도 테슬라 모델3(기본형)를 사고도 1만 달러가 남는다.
더욱이 거래 비용도 줄일 수 있다. 미국은 비트코인 양도차익에 대해 10~37%의 세금을 부과하는데 그냥 비트코인으로 자동차를 구매하면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된다. 비트코인 투자자들을 테슬라 고객으로 끌어들일 수 있는 것이다.
비트코인은 온라인 판매에 주력하는 테슬라에 특히 중요하다. 2019년 오프라인 판매를 중단한 테슬라는 비트코인을 결제 수단에 추가함으로써 온라인 판매 경쟁에서 우위를 공고히 할 수 있다. 암호화폐에 익숙한 밀레니얼·Z세대를 잠재적인 고객으로 확보할 수도 있다.
테슬라가 직접 비트코인 결제 시스템을 개발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암호화폐 전용 전자지갑을 통해 테슬라와 고객이 직접 비트코인을 주고받는 것이다.
가상자산 투자회사 코인쉐어스의 대니 마스터스 회장은 라이브민트와의 인터뷰에서 "온라인 결제 서비스 페이팔을 공동 창업한 일론 머스크는 가상자산 결제 시스템에 대한 전문성이 충분하다"며 "다만, 안정적인 비트코인 결제를 위해 일정 시간 비트코인 시세를 (전기차 값에) 고정하는 등의 기술적 장치가 필요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런데 테슬라가 비트코인에 투자해 수익을 내고, 비트코인으로 자동차를 파는 것이 작동하려면 비트코인 가격이 안정적으로 올라줘야 한다. 4억2,500만 달러(4,746억 원) 상당의 비트코인을 보유했던 소프트웨어 개발회사 마이크로스트래터지는 지난해 9월 비트코인 가격이 급락하면서 3분기 순손실을 기록하기도 했다.
결국 일론 머스크가 비트코인에 대해 확신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일론 머스크는 최근 소셜미디어 클럽하우스를 통해 "나는 비트코인 지지자"라며 "비트코인이 기성 금융권에서 폭넓게 받아들여지기 직전 단계에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트위터에는 비트코인 해시태그를 추가했다가 언론의 관심이 집중되자 삭제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