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왼쪽부터 X, SpaceX 로고./출처=X, SpaceX
일론 머스크의 'X'에 대한 집착은 유별나다. 자신이 세운 우주항공회사는 스페이스X이고 인공지능회사는 xAI이다. 최근에는 트위터의 이름도 X로 바꾸었다.
자녀의 이름에도 X를 넣을 정도다. 셋째의 이름은 하비에르(Xavier), 2020년 태어난 늦둥이의 이름은 X Æ A-12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출처=일론 머스크 X
일론 머스크는 지난 7월23일 팔을 교차해 'X'를 만든 사진과 함께 "어떤 이유인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X라는 글자가 맘에 든다"는 글을 X에 올리기도 했다.
일론 머스크는 왜 이렇게 X에 집착할까?
페이팔 전신인 X.com의 로고./출처=X
일론 머스크의 X에 대한 집착은 20여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99년 그가 처음으로 창업한 회사가 바로 X.com이다. 온라인 결제회사였는데 일론 머스크는 온라인 은행처럼 만들고 싶었다고 한다.
이후 간편 결제 시스템을 개발한 컨피니티라는 회사와 합병해 현재의 페이팔이 됐다. 일론 머스크는 합병 과정에서도 합병회사의 이름은 X닷컴이나 X페이팔로 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X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한 일론 머스크는 2017년 페이팔로부터 X.com 도메인을 680만 달러에 다시 구매하기도 했다. 도메인 주소 하나에 80여억원을 지불한 것이다.
/사진=AFP
일론 머스크가 X에 이처럼 집착하는 이유는 X.com을 결제기능을 중심으로 한 슈퍼앱으로 만들고자 했던 미련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다.
일론 머스크는 지난해 10월 트위터에 "트위터 인수는 슈퍼앱 X를 만드는 촉진제다. 트위터 인수는 X의 개발을 3~5년가량 앞당겼다고 본다"고 말하기도 했다.
일론 머스크 전기(9월 출간 예정)를 쓴 월터 아이작슨은 "일론 머스크의 트위터 인수는 X 브랜드 구축을 위해 쏟아온 노력의 정점"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올 7월25일 일론 머스크가 X에 올린 글에 이런 메시지가 명확하게 드러난다.
"트위터라는 이름은 140자 메시지만 주고 받을 수 있었던 시절 새의 지저귐(tweeting)처럼 적합했지만, 지금은 몇시간짜리 동영상을 포함해 거의 모든 것을 올릴 수 있다. 몇 달 내로 커뮤니케이션뿐만 아니라 금융 기능을 추가할 것이고 그런 맥락에서 트위터라는 이름은 의미가 없다."
슈퍼앱 X가 뭐길래…과연 성공할까?
/사진=AFP
일론 머스크가 생각하는 슈퍼앱은 무엇일까? 일론 머스크는 중국의 위챗이 자신이 생각하는 모델이라고 한다.
위챗은 메신저 기능에 결제 기능을 더해 병원이나 항공편 예약, 음식 주문 등 거의 모든 일상생활을 집어넣었다. '위챗 왕국'으로 불릴 정도로 모든 것을 위챗에서 할 수 있다.
일론 머스크는 한 팟캐스트에서 "위챗을 사용해본 사람들은 위챗이 좋은 모델이라고 생각한다"며 "만약 당신이 중국에 있다면 위챗 속에서 살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이건(위챗) 트위터에 페이팔을 더하고 다른 것까지 추가한 것"이라며 "정말 좋은 앱"이라고 설명했다.
슈퍼앱이 되려면 결제 기능이 핵심이다. 그래서 일론 머스크는 올 3월 파산한 실리콘밸리은행(SVB)에 대해 한 IT 회사 대표가 "트위터가 SVB를 사들여 디지털 은행이 돼야 한다"는 글을 트위터에 올리자 일론 머스크가 "열린 생각을 갖고 있다"고 답하기도 했다.
/출처=이미지투데이
일론 머스크가 생각하는 트위터의 슈퍼앱으로 향한 경로는 무엇일까? 그는 최근 트위터 직원들과 대화에서 DM(Direct Message)에서 힌트를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결제는 정보교환일 뿐이다. DM을 보내는 것과 결제하는 것 사이엔 큰 차이가 없다. X 사용자가 전 세계 어디에서나 즉시 실시간으로 돈을 보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라고 말했다.
나아가 예금과 대출도 가능한 인터넷 은행을 염두에 둔다는 분석도 있다. 일론 머스크는 지난해 11월 미국 재무부에 결제대행사 신청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또 최근에는 주식·가상자산 거래사이트 '이토로'(eToro)와 투자정보 제공 기능을 확대하기도 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출처=AFP
일론 머스크는 슈퍼앱이 성공한다면 X의 가치는 2500억달러 이상이 될 거라는 강조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급결제 서비스를 하려면 주마다 면허를 받아야 한다.
그리고 이미 슈퍼앱에 넣을 서비스들은 저마다 강자가 있다. 이미 잘 쓰고 있는 앱이 있는데 굳이 X에 개인정보를 제공하면서 사용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미국 CBS뉴스는 "단기적으로 다양한 기능을 구축하려면 직원과 인프라에 막대한 투자가 필요하다"며 "직원을 대량 해고하고 미지급 청구서 소송에 휘말린 회사가 대규모 투자가 가능할지 분명하지 않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하지만 린다 야카리노 트위터 CEO는 "X는 모든 것을 제공할 수 있는 플랫폼이 될 것이다. 일론 머스크와 나는 팀과 파트너사와 협력해 X를 세상에 선보일 수 있길 고대하고 있다"며 이런 우려가 기우라고 강조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