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취임 이후 박 대통령은 “모든 문제가 빨려 들어가는 블랙홀이 될 수 있다” “입이 떨어지지 않는 얘기”라며 개헌논의에 부정적이었다. 불과 6개월 전까지도 “경제는 어떻게 살리느냐”고 반문했다. 그런데 이날 개헌논의를 공식화하면서 최순실 이슈 등 모든 문제가 블랙홀처럼 빨려 들어갈 조짐이다. 박 대통령의 그동안 개헌에 관한 발언을 모아본다.
2007년 1월 “참 나쁜 대통령” “블랙홀”
2007년 1월9일 당시 노무현 대통령은 대국민담화를 통해 5년 단임 대통령제를 4년 연임제로 바꾸는 헌법 개정 논의를 제안했다. 노 대통령은 “5년 대통령제 아래에서는 임기 4년의 국회의원 선거와 지자체 선거가 수시로 치러지면서 정치적 대결과 갈등을 심화시키고 적지 않은 사회적 비용을 유발해 국정의 안정성을 약화시킨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2008년에 차기 대통령 취임(2월)과 국회의원 선거(4월)가 동시에 예정돼 있어 지금이 대통령 임기와 국회의원 임기를 맞출 수 있는 적시”라고 주장했다. 이른바 ‘원포인트’ 개헌이었다.
그러나 당시 한나라당 대표였던 박 대통령은 “참 나쁜 대통령”이라고 일축. “참 나쁜 대통령이다. 국민이 불행하다. 대통령 눈에는 선거밖에 안 보이느냐. 대선이 1년도 채 남지 않은 시점에 개헌 논의를 하면 블랙홀처럼 모든 문제가 빨려 들어갈 수 있다.”
2012년 11월 "개헌 추진하겠다"
하지만 박 대통령이 개헌 자체에 부정적인 것은 아니었다. 2000년 11월 한나라당 부총재 당시 "5년 단임제는 레임덕의 문제가 있을 수 있으며 (집권자가) 일을 하는 데 시간적인 부족함을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대선 후보시절인 2012년 11월에도 개헌 추진 의사를 밝혔다.
“집권 후 4년 중임제와 국민의 생존권적 기본권 강화 등을 포함한 여러 과제에 대해 충분히 논의하고 국민적 공감대를 확보해 국민의 삶에 도움이 되는 개헌을 추진해 나가겠다.”
(11.6 정치쇄신공약 발표 회견)
2013년 4월 “민생 어려운데...”
하지만 취임 직후 개헌논의 추진 의사를 묻는 질문에 박 대통령은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당시 여야가 개헌논의기구 구성에 합의하는 등 개헌논의가 불붙고 있었다. 그러나 박 대통령의 반대로 급제동이 걸렸다.
“민생이 어렵고 남북관계도 어려운데 개헌을 논의하면 블랙홀이 될 가능성이 있으니 자연스럽게 이야기할 기회가 있을 거다.” (2013.4.16. 야당 상임위 간사단과의 만찬)
2014년 1월 “경제 불씨 살리려면 1초도 아까운데”
당시 정치권 일각에서 6·4 지방선거와 개헌 국민투표를 동시 실시하자는 주장이 제기되던 때.
“개헌이라는 것은 워낙 큰 이슈여서 블랙홀처럼 모두 빠져든다. 올해는 다른 생각 말고 이 (경제) 불씨를 살려내서 경제를 살려야 할 시기라고 생각한다. 정말 할 일이 너무 많다. 1초도 아깝다. (새해 기자회견)
2015년 1월 “개헌 논의는 고스란히 국민 피해”
“개헌으로 모든 날을 지새우면서 경제 활력을 찾지 못하면 그 피해가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간다. 근본적으로 경제의 발목을 잡는 여러 가지 구조개혁, 경제의 어떤 근본 체질을 바꾸고 튼튼하게 하는 이런 노력들이 지금 아니라면 안 된다. (새해 기자회견)
2016년 1월 “입이 떨어지지 않은 얘기”
“개헌을 외치는 사람들이 개헌을 생각할 수도 없게끔 자꾸 몰아가고 있다. 청년들은 고용절벽에 처해 하루가 급한 이런 상황에서, 뭔가 풀려나가면서 그런 (개헌) 얘기도 해야 국민 앞에 염치가 있다. 저는 입이 떨어지지 않는 얘기다.” (새해 기자회견)
2016년 4월 “경제는 어떻게 살리느냐”
“경제를 살려서 국민들이 그 부분에 있어서 뭔가 좀 체감을 하게하고 그러고 나서 공감대를 형성해서 이걸(개헌) 좀 하더라도 해야지, 지금 이 상태에서 개헌을 하게 되면 경제는 어떻게 살립니까? (4.26 언론사 편집·보도국장 오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