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 시절이었고, 또한 최악의 시절이었다. 지혜의 시기였고, 또한 어리석음의 시기였다. 믿음의 시대였고, 또한 불신의 시대였다. 빛의 계절이었고, 또한 어둠의 계절이기도 했다. 희망의 봄이었고, 또한 절망의 겨울이기도 했다. 우리는 모든 것을 가지고 있었지만, 또한 아무것도 갖고 있지 않았다. 우리 모두는 천국을 향해 가고 있었지만, 또한 그 반대쪽으로 가고 있기도 했다.”
변혁의 시절을 살아가는 우리의 가슴에 던진 것 같은 이 한 구절. 그러나 이 글귀는 1789~ 1794년 프랑스대혁명을 시대적 배경으로 한 찰스 디킨스의 <두 도시 이야기>의 첫 문장이다.
프랑스 파리와 영국 런던 두 도시를 살아가는 민중의 이야기를 통해 혁명의 이면을 그려낸 위대한 역사 소설. 그 첫 문장은 격동의 시대를 치열하게 살아가는 어느 시대, 어느 곳의 삶과도 공명하는 깊은 울림으로 영미소설 최고의 첫 문장으로 남았다. 미국 정치드라마 ‘하우스 오브 카드’에서도 이 구절은 그대로 인용되었다.
이 첫 문장은 작품이 혁명이라는 거대한 흐름뿐만 아니라 그 안의 비참한 사람들의 삶, 정의와 불의를 함께 담는 이야기임을, 혁명의 역사를 장중하고 진지한 시선으로 바라볼 것임을 알려준다. 무엇보다 이 첫 문장은 그 이야기에 빠져들지 않으면 안 될 것만 같은 강렬한 매력으로 독자를 사로잡는다.
문학의 역사에 불멸로 남은 첫 문장들은 그랬다. 전개될 이야기 속으로 금세 읽는 이의 눈과 마음을 끌어당기며 어떤 스타일과 문체로 이야기의 여정이 펼쳐질 것인가를 한눈에 보여준다.
먼저 영국 텔레그래프가 꼽은 문학사상 가장 유명한 첫 문장들.
첫 문장은 늘 어렵다. 200자 원고지 열장 남짓 쓰는 나 같은 칼럼니스트에게도 그렇다. 늘 ‘첫 문장은 문지방이다. 문지방을 높여 독자를 긴장하게 만들면 집이라는 글속에 들어올 수 없다’는 나름의 원칙을 가지고 있지만 잘 지켜지지 않는다. 하물며 수백 쪽의 소설 속에서 수많은 캐릭터와 복잡다기한 내러티브를 전개해야 하는 소설은 더욱 그럴 것이다.
이번에는 내가 사랑하는 첫 문장들.
어떻게 하면 멋진 첫 문장을 쓸 수 있을까. 거장 스티븐 킹이 말하는 첫 문장의 대 원칙. “들어봐요. 이리로 오세요. 이 이야기를 알고 싶지 않나요, 라고 선언해야 한다.”
바로 이 스티븐 킹이 꼽은 최고의 첫 문장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