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과거 천재경영의 대표적인 회사 중 하나가 마이크로소프트였다. 세계 최고 시총을 기록했던 마이크로소프트에는 뛰어난 사람들이 입사했고 입사한 직원들이 다들 자기가 천재급이라는 것을 증명하고자 했다. 스스로도 천재였던 스티브 발머는 이들을 경쟁시켜 진짜 천재를 찾아내고자 했다. 실패하면 그는 천재가 아니라고 간주하여 낮은 평가를 주거나 해고했다.
그러자 이들 사이에 문제가 생겼다. 천재들은 실패하지도 않고 누구에게 묻지도 않는다. 그래서 이들은 잘 묻지도, 정보를 공유하지도 않았다. 다들 아는 체 했다. 실패하거나 모르면 평가절하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목표를 낮게 설정했다. 높게 했다가 실패하면 멍청이라고 비난을 받기 때문이다. 실패를 두려워하고 작은 성공에 목매고 모르는 것을 두려워했다. 부서 간에 서로 정보를 감추었다. 당연히 회사는 점점 쇠락했다.
그런데 새롭게 CEO로 부임한 사티아 나델라는 임원들과 기술자들이 모인 회의에서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저는 이 기술을 몰라요. 설명을 해주세요." 그리고는 이런 말을 했다. "모른다는 것과 실패했다는 것은 멍청하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성장을 의미하는 것입니다. 우리에겐 천재가 필요한 게 아니라 서로 협력하는 팀이 필요합니다."
그러자 그동안 천재 흉내를 내었던 임직원들은 숨통이 트였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높은 목표를 설정하고 정보를 오픈했다. 모르는 것은 솔직하게 서로 묻고 답했다.
2.
현재 구글 CEO인 순다 피차이가 15년 전 구글의 프로덕트 VP(부사장)를 지원하여 인터뷰를 볼 때였다. 그는 인터뷰어로부터 '지메일을 어떻게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을 받았다고 한다. 그런데 불행히도 그는 그때 지메일을 몰랐다. 사실 인터뷰를 하는 그날 지메일이 발표되었다고 한다. 그는 갈등했다. 대충 들어본 척하고 화제를 돌릴까? 모른다고 솔직하게 이야기를 할까? 결국 그는 "그 제품을 사용해본 적이 없기에 코멘트 할 수 없다"고 대답했다고 한다.
순다 피차이의 대답에 대해 인사 전문가들은 이렇게 말한다. "이러한 대답은 상당한 용기를 필요로 한다. 일반적으로 리더급 또는 천재형 지원자들은 다 아는 척하며 자신의 약함을 숨기거나 모를 경우 다른 주제로 슬쩍 전환하는 기법을 쓴다."
3.
리더의 큰 실수 중 하나는 자신이 모든 것을 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말하지 않는다. 말할 경우 구성원들에게 무시당할까 또는 자신의 권위가 떨어질까 두려워서이다. 그래서 모르는 것도 아는 척하거나 잘 모르면서도 과감하게 지시하고 의사결정을 하기도 한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구성원들은 이 사실을 알고 있다. 리더가 모르면서도 마구 지시를 내릴 때 오히려 존경과 권위가 사라지게 된다. 엉뚱한 의사결정으로 회사를 어렵게 할 수도 있다.
사실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하는 데에는 상당한 용기가 필요하다. 그러니 용기를 내어 솔직하게 말하자. 그리고 배우고 귀 기울이자. 이것은 자신의 무능을 드러내는 것이 아니라 배움과 성장을 만드는 기회이다.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하는 것' 이것이 리더의 출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