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최근 뉴스에서 귀화 혼혈 농구선수 전태풍의 은퇴 인터뷰를 들었다.
그는 11년 동안 한국에서 농구를 하면서 정말 힘들었다고 한다. ‘꼰대’ 사람들 때문에 너무 힘들었지만, 오직 팬을 위해서 참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한국의 스포츠를 위해서 두 가지를 부탁했다.
첫 번째는 젊은 사람들에게 자유를 주라는 것이었다. “제발 어린 사람들에게 자유를 주세요. 선배들도 과거 잔소리 들으면 힘들지 않았나요. 그런데 왜 똑같이 그러고 있나요?”
두 번째는 지나친 훈련량을 줄이고 공부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제 스포츠 사이언스 시대에요. 제발 공부합시다. 더 많이 쉬면 몸이 더 좋아지고 부상 없이 잘 뛸 수 있어요. 팩트에요. 꼰대들은 80년대, 즉 40년 전에 하듯 운동을 시킵니다. 선진국은 스포츠 사이언스를 공부시키는데 우리는 아직도 옛날 스포츠 합니다.”
그는 “제발 바꾸어주세요”라는 말로 인터뷰를 맺었다.
2. 예전 하승진 또한 은퇴 인터뷰에서 비슷한 이야기를 했다.
“한국은 훈련량이 비상식적으로 많아요. 시즌 중에도 오전, 오후, 야간 하루 세 번은 기본이죠. 어떤 팀은 시즌 중에 새벽 훈련까지 합니다. 최고의 몸 상태로 코트에 나서야 하는데 회복이 안 된 상태에서 경기를 뛰어요.
하지만 NBA는 우리처럼 훈련이 많지 않아요. 오전 10시부터 12시까지 하루 딱 한 번 훈련하죠. 나머지 시간은 개인 훈련에 맡깁니다. 지금처럼 선수들과의 소통 없이 강압적인 훈련 스케줄로는 장래가 어둡죠.
선수들 훈련할 때 표정을 보면 하나같이 어둡습니다. 웃으면 큰일 나요. 선수들과 코칭스태프의 관계는 철저하게 수직적이죠. 성인이고 프로선수인데 학생처럼 코칭스태프의 눈치를 보면서 훈련하고 시합을 뛰는 게 현실이에요.
NBA는 훈련 시간이 짧은 대신 그 안에 모든 것을 쏟아냅니다. 숨이 턱 막힐 정도로 힘들어요. 하지만 훈련 중 선수들의 얼굴을 보면 한국처럼 어둡지 않습니다. 재미있게 웃으면서 해요. 그렇다고 장난스러운 분위기는 절대 아닙니다. 똑같이 코칭스태프 지시에 따르고 때론 선수들과 소통하면서 함께 성장하는 분위기죠"
3. 라건아 또한 이런 말을 했다.
"한국 감독들은 자기가 이야기한 대로만 움직이라고 합니다. 패턴도 상대에 따라 변해야 하는데 선수들에게 잘못 움직였다고 뭐라고 합니다. 경기를 뛰는 선수들이 상황을 더 잘 판단할 수도 있죠. 선수로서 감독의 의견을 존중하고 따르는 것은 당연하지만 무조건 감독의 말 한마디에 모든 것이 좌우되는 분위기는 잘못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선수들은 유치원 학생 같습니다. 감독들의 생각이 항상 정답이 아니지 않나요? 선수 중에서 다른 생각이 있으면 얘기 할 수 있어야 합니다. 감독과 생각이 다르다고 해서 그것을 틀린 것으로 여기는 것은 비합리적입니다.”
4. 이런 상황은 직장생활에서도 종종 발생한다.
기성세대는 너무 필사적으로 '열심'이었고 '비장'했다. 기계처럼 훈련받고 웃음도 잃어버린 채 수직적인 체계 아래에서 자율도 버리며 일사불란하게 일해왔다.
사실 이것이 우리나라를 가난과 고통에서 탈출하게 한 동력이었고, 현재의 풍요를 누리게 한 요인이었다. 그러나 그 덕에 나를 비롯한 기성세대는 '자율' '오픈' '수평' '재미' '소통' 등을 별로 익히지 못했다. 오히려 우리가 과거 훈련받고 일하던 '집단적' '수직적' '폐쇄' '열심' 방식들이 자신도 모르게 몸에 익었다.
리더가 된 지금 후배들에게 과거 80년대의 방식, 수십 년 전의 성공 방식을 자신도 모르게 강제하고 있다. 이 때문에 조직의 하나 됨이 깨지고 리더는 권위와 존경을 잃게 되는 것이다.
이제 리더들은 시대가 바뀌었음을 인식해야 한다. 우리나라 또한 더이상 개발도상국이 아니다. 산업 또한 디지털 중심으로 전환하고 있다. 과거는 과거에 두고 이제 새로운 미래에 대응할 리더십을 익혀야 한다. 늦었다고 생각할 이유가 없다. 지금부터라도 인식을 바꾸고 훈련할 수밖에 없다.
나를 비롯한 기성 리더들은 이제 좀 어깨 힘을 풀고 유머 학원이라도 단체로 등록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