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한 리더분이 내게 이런 이야기를 했다. “구성원들의 실력이 부족하다 보니 제가 그 일을 대신해 주느라 바쁩니다. 그래도 제가 솔선수범을 해야지요.”

우리는 리더의 '솔선수범'을 잘못 해석하는 경우가 많다. 리더가 규정을 지키거나 본을 보이는 것이 아니라 구성원들의 일을 아예 대신해 주는 것을 솔선수범으로 여기기도 한다. 

물론 팀 조직이 작은 경우나 긴급한 상황일 때는 리더가 구성원들과 같이 실무업무를 할 필요도 있다. 그러나 팀 조직이 큰데도 리더가 일상적으로 구성원들의 일을 대신해 주어서는 조직이 효과적으로 작동되기 어렵다. 영업팀장이 팀원이 영업을 못 한다고 대신 영업하고, 의사가 간호사가 미숙하다고 그 일까지 대신하면 조직이 제대로 동작하기 어렵다.

예전에 한 교수님이 이런 말씀을 하셨다. “제자와 공동연구를 할 때 제가 직접 논문을 쓰면 금방 씁니다. 그러나 그렇게 해서는 제자가 훈련이 안 됩니다. 제자가 먼저 쓰게 하고 제가 피드백해주며 고쳐오면 다시 봐주고 하는 과정을 반복합니다. 사실 이렇게 하면 시간도 걸리고 답답하기도 하지만 이것이 제자의 능력을 향상시키는 방법입니다." 

리더는 리더의 일이 있다. 그런데 리더들이 자신이 할 일을 모르는 경우도 종종 있다. 그래서 극단적으로 구성원들의 일을 대신해 주거나 또는 앉아서 지시와 명령만 내리는 경우가 있다.

사진출처=게티이미지뱅크
사진출처=게티이미지뱅크


저명한 지휘자 벤자민 젠더는 이런 말을 했다. “나는 20년 이상 지휘하면서 어느 날 갑자기 '오케스트라에서 지휘자만 소리를 내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지휘자들은 멋진 모습으로 포즈를 잡지만 오케스트라에서 유일하게 실제 소리를 내지 않는 사람은 지휘자뿐이다. 지휘자의 진정한 파워는 다른 사람들을 파워풀하게 하는 것이다.” 

지휘자는 악기를 연주하지 않으며, 축구 감독은 공을 차지 않지 않는다. 함장은 배를 운전하지 않는다. 여러 명이 한배에 타고 노를 저어 경쟁하는 카누 경기의 지휘자도 직접 배를 젓지 않는다. 그러나 그 누구도 그들이 직접 일을 하지 않는다고 비난하지 않는다. 시범을 보이고 본을 보일 수 있겠지만 구성원의 일을 대신 해주는 것이 리더의 역할은 아니다.

그러면 팀을 이끄는 리더의 역할은 무엇일까? 한마디로 말한다면 ' 구성원들을 파워풀하게 하여 조직의 성과를 창출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구체적으로 다음과 같은 역할이 필요하다.

① 어라인먼트(Alignment) : 회사 전체의 미션, 전략, 목표를 자신의 조직과 정렬하고, 자기 조직의 목표와 방향을 명확히 한다. 위로부터의 목표와 방향을 어라인(align)하여 팀에서 실행하도록 하고 팀의 성과와 아이디어, 리스크 등을 위에 전달한다.

② 목표와 성과관리 : 팀 전체의 성과달성에 초점을 맞추고 결과를 창출해야 한다. 이를 위해 목표를 분명히 하여 구성원들을 하나로 모으고, 전략을 세우고 우선순위를 정해 다양한 과제들을 효과적으로 해결하여 성과를 창출해야 한다. 이를 위해 구성원들뿐 아니라 다양한 이해관계자들과 소통해야 한다. 

③ 업무환경 조성 및 구성원 관리 : 구성원들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제대로 일하고 좋은 생각을 제안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줘야 한다. 구성원들과 소통하고 격려하고 인정하며 적절한 피드백과 상벌을 통해 동기를 고취해야 한다. 구성원들의 역량과 강점을 파악하여 적합한 역할을 맡기고 그들이 역량을 발휘하고 성장할 수 있도록 멘토링하고 코칭해야 한다.

④ 협업 관리 : 개개인이 아니라 팀으로서 협업하여 성과를 발휘하고, 타 조직과도 매끄럽게 협업하도록 해야 한다. 자신만 파워풀한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구성원들 하나하나를 파워풀하게 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통해 팀 전체가 멋진 연주를 하게 하는 것, 즉 성과를 창출하게 하는 것이 바로 리더의 역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