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한 후배 리더를 만났다. 정말 열심히 하고, 뭐든지 완벽히 하며, 경쟁에서 이기려 하는 친구였다. 항상 일찍 출근하고 늦게 퇴근했다. 덕분에 모 그룹에서 최연소 팀장을 맡고 있다. 나는 그에게 의도적으로 이런 말을 했다.

"지금처럼 하면 초급 임원까지는 하겠지만 그 위로 가긴 어렵다.“

그가 충격을 받은 듯했다. 나는 이렇게 덧붙였다.

"현명한 상사라면 당신에게 어떻게 더 큰 역할을 맡기겠는가? 지금도 100%로 일하면서 힘들어하는데 더 큰 일을 주면 감당을 못할 것 같고 팀원들도 힘들 것으로 생각하지 않겠는가?"

직원이야 열심히 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할지 모르지만, 리더라면 조금 다른 차원의 접근이 필요하다. 약간의 버퍼가 있어야 더 큰 일을 맡을 수 있다.

물론, 이 말은 일을 대충대충 하고 구성원들에게 일을 다 던져놓고 여유를 부리며 지내라는 의미가 아니다. 이렇게 하면 당연히 상사가 좋아하지 않는다.

성실하고 열심히 하지만 우선순위를 잘 정하고 효과적으로 일하는 법을 익혀 최소 10% 정도의 버퍼는 가지고 있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좋다는 것이다. 그래야 미래도 고민하고 트렌드를 익히고 시각을 넓히기 위해 책도 읽고 사람도 만나며 딴생각을 할 수 있다.

예전에 한 임원승진자가 내게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임원승진 감사합니다. 앞으로는 두 배로 더 열심히 일하겠습니다." 그런데 그는 이미 제일 일찍 출근하고 제일 늦게 퇴근하는 분이었다. 그래서 나는 이런 말을 했다.

"물론 열심히 하겠다는 각오인 줄 압니다. 하지만 상무님이 앞으로 두 배로 더 열심히 하면 상무님이나 구성원들은 어떻게 될까요? 상무는 두 명의 팀장 역할을 하는 것이 아닙니다. 효과적이고 전략적으로 일하시는 데 초점을 맞추시고 조금 여유를 가지셔도 괜찮습니다.”

너무 빡빡하고 낭비 없이 지내면 더 큰 일이나 긴급한 상황이 올 때 대응할 여력이 없다. 조금은 공백을 만들어도 좋다. 리더들에게 ‘slack(느슨함)’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