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과 창조는 무에서 유를 창조해 내는 것만이 아니다. 일상을 뒤바꾼 창조적 혁신은 기존에 있던 것들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었다.


아이폰은 이미 존재하던 스마트폰들이 ‘스마트하지 않고 불편하다’라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등장한 혁신이다. 다이슨 청소기는 ‘먼지를 시원하게 빨아들이지 못하는 진공청소기의 불편함’을 제거하기 위해 먼지봉투를 없애는 혁신을 이뤄냈다.


말하자면 혁신은 기존의 문제를 ‘개선’해내며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일이라 할 수 있다. 개선에 방점을 찍으면 혁신과 창조 역시 평범한 사람의 영역으로 좀더 가깝게 다가온다. 뉴턴의 사과나 아르키메데스의 목욕물처럼 천재들의 ‘유레카’의 순간이 아니더라도 말이다,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지 않아도 기존의 일상과 기존의 지식에서 혁신을 만드는 일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문제 해결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문제가 무엇인지 제대로 규정하는 것이다. 질문이 정확해야 올바른 해결책을 찾아낼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를 정의하기’란 창의적 비즈니스 전략인 디자인씽킹 5단계에서 2단계에 등장하는 익숙한 용어다. 그런데 문제를 정확하게 정의하려면 ‘그 질문은 올바른가?’를 끝없이 의심해야 한다.

설명=제임스 다이슨, 출처=다이슨


예를 들어 제임스 다이슨의 경우를 보자. 그는 어떻게 기존 청소기에서 “먼지 봉투를 없앤다”는 해결책을 찾게 됐을까. 그는 사용할수록 흡입력이 떨어지는 청소기에 불편함을 느끼며 고민 하던 중 우연히 방문한 제재소에서 공기와 톱밥을 분리하는 싸이클론 방식을 발견하고 이를 진공 청소기에 도입, 세계 최초로 먼지봉투 없는 진공 청소기를 1993년 개발했다. 심리학-마케팅 권위자인 아트 마크먼 박사는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2017.6)에서 이 혁신적인 해결책을 만들어 낸 결정적인 질문은 ‘먼지봉투’를 빼고 생각한 질문이었다고 말한다. 이게 무슨 뜻일까.


먼저 기존 청소기의 문제점이다. 기존 진공 청소기는 종이 봉투에 먼지와 공기를 한꺼번에 빨아들인 뒤 봉투 표면에서 공기를 내보내 먼지만 가둔다. 그런데 계속 사용하면 먼지가 봉투 표면의 미세한 구멍을 막아버려 전체적인 흡입력이 떨어지는 현상이 발생한다.


여기서 떠올릴 수 있는 전형적인 질문은 “먼지 봉투의 흡입력을 어떻게 개선할까” 혹은 “먼지와 공기를 더 잘 분리하는 봉투가 필요하다”이다. 문제를 이렇게 정의내렸다면 새로운 먼지봉투를 만들려는 해결책을 향해 헤맸을 것이다. 실제로 진공청소기 먼지봉투에 대한 특허는 당시에 이미 많이 나와 있었다. 여러 발명가들이 먼지봉투에 초점을 맞추고 있었다는 증거다.


혁신을 낳은 질문은 먼지봉투가 아니라 그 안의 “공기와 먼지를 어떻게 분리해 낼까”였다. 이렇게 문제를 규정하면 질문은 한층 일반화된다. 즉 ‘공기속에서 입자(=먼지)를 분리’해내는 세상의 여러 가지 방법 중 하나를 응용할 수 있는’ 단계가 된 것이다. 그렇게 문제를 규정했기 때문에 어느 날 제재소에서 공기의 회전을 이용해 원심력에 의해 공기와 톱밥을 분리하는 싸이클론 방식을 발견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의 해결책은 흡입한 공기와 먼지를 원심력을 활용해 공기는 배출하고 먼지는 먼지통으로 보내는 진공청소기였다. 먼지봉투는 사라진 새 청소기가 개발됐다. 하늘 아래 새로운 발명이 아니었다. 기존 산업의 지식을 그대로 응용한 해결책이었다. 마크먼 박사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올바른 정보를 개인이나 그룹의 기억 속에서 꺼내와서 활용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인 문제 해결의 핵심이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혁신적인 해결책을 낳는 창의적 질문의 왕도는 있을까. 마크먼 박사는 이상적인 문제 규정의 방법은 없지만, 대신 일관성있게 문제의 본질을 향한 여러 각도의 질문을 계속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즉 질문은 먼지봉투나 진공 청소기를 어떻게 바꿀 수 있을까와 같은 구체적인 대상과 행동을 향한 질문일 수도 있고, ‘먼지와 공기를 분리해야 한다’는 좀더 추상적인 단계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혹은 여러 문제가 결합된 형태일 수도 있다.

설명=제임스 다이슨, 출처=다이슨


그러면서 관련된 지식과 기억을 떠올리면서 해결책을 찾는 것이다. 마치 사건의 해결을 위해 단서를 하나하나 점검해나가는 탐정처럼. 그는 “우리 대부분은 창의적인 통찰력을 얻기 위해 엉뚱한 곳을 찾는다”며 “흔히 사람들은 ‘상자 밖에서 생각하라"고 요구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상자에 대한 더 많은 설명을 찾고 그로 인해 어떤 기억을 떠올리는지 확인하도록 요구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그의 말을 응용하면 최초의 질문이 원대한 공상에 가까울지라도 실행가능한 솔루션에 접근하기 위해 질문을 거듭하다 보면 현실적인 해결책에 한없이 가까워진다는 뜻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다. 예를 들어 “지구에서 수십억 인류가 계속 살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서 시작해 “그렇다면 사람들을 다른 행성으로 내보내야 한다”→“사람들을 우주로 내보내려면 너무나 비싼 우주선의 비용을 낮춰야 한다”→“비용을 낮추려면 우주선의 로켓을 재활용하면 어떨까?”라는 단계를 거쳐 우주산업의 선두주자가 된 스페이스 X처럼 말이다.


그러니 혁신적 문제해결을 위해서는 문제를 제대로 정의할 수 있는 질문이 계속되어야 한다. 처음 질문은 물론 명확하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현실을 ‘개선’하는 해결책에 다다를때까지 질문을 의심하고 질문에 질문하며 질문을 ‘개선’해나가야 한다. "지구를 구할 1시간이 주어진다면 처음 55분은 문제에 대해 생각하고 마지막 5분은 해결책을 생각하겠다". 아인슈타인의 이 말은 염두에 둘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