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의 고등학교 시절 수학 선생님 이야기다. 키가 (당시에는 엄청난) 180㎝가 넘었던 데다 덩치도 엄청나 씨름선수 같은 분이었다. 학생들을 강하게 대하지는 않으셨지만, 덩치만으로 학생들을 압도했다.

그 당시 선생님은 '수학의 정석'이라는 책으로 보충수업을 하고 있었다. 선생님이 앞에서 열심히 수업하고 있었는데 필자는 따분하고 공부도 안 돼서 책 표지의 ‘홍성대 저’ 바로 위에 볼펜으로 '신수정 공'이라는 단어를 열심히 써놓고 있었다. ‘수학의 정석’이 홍성대의 저서에서 신수정, 홍성대의 공저서로 바뀌는 것이었다.



집중해서 열심히 내 이름을 적고 있었는데 인기척 소리에 깜짝 놀라 고개를 돌려보았더니 그 선생님이 옆에 서 계셨다. 수업하시다 내가 엎어져서 무언가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시고 오신 것이었다.

'너 뭐 하고 있냐?' 그 거구의 덩치가 나의 작업을 노려보셨다. 나는 그분이 "야 이 녀석아! 공부 시간에 무슨 놈의 쓸데없는 짓거리를 하고 있어!"라는 질책을 하실 것을 기다리면서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다.

그런데 그분이 내가 볼펜으로 작업한 것을 보시며 피식 웃으시며 하신 말씀이 “수정아... 네가 기껏 수학 정석 정도밖에 못 쓸 인물이냐?”

나는 그 말씀을 듣고는 깜짝 놀랐다. ‘그래 내가 수학참고서 정도 쓰는 것을 목표로 할 순 없지.’ 스승이나 리더의 격려의 말, 존중의 말 한마디가 얼마나 사람을 행복하게 만들고 용기를 가지게 만드는지 모른다.

예전 한 유명 아나운서의 인터뷰를 읽었다. 그는 그저 시골 학교에 다니며 자신의 재능을 찾지 못한 평범한 소년이었다. 어느 날 국어 시간에 책을 읽는데 선생님이 “와~ 목소리가 좋은데? 아나운서를 해도 되겠다"라는 칭찬을 했다고 한다. 그날 이후 그는 아나운서의 꿈을 품었다고 한다.

그러나 필자는 직원을 대하는 위치에 있을 때, 그런 분들처럼 행동하지 못한 때가 많았음이 반성이 된다. “쓸데없는 짓 하고 있어” “이것도 제대로 못 해” “정신 차려” “네가 무슨” 이러한 종류의 말들로 상대의 용기를 상실케 한 적도 있었다. 그들의 숨은 강점이나 잘한 부분보다 못한 부분만 지적하려 한 적이 많았다.

직원들 하나하나가 소중한 인간이요, 누군가의 자녀요, 누군가의 배우자요, 누군가의 부모이며, 누군가에게 영향을 주는 사람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그러한 언행들이 부끄러워진다.

리더들은 자신의 한 마디로 직원들을 살릴 수도 죽일 수도 있음을 기억하고 구성원들이 자신의 잠재력을 극대화할 수 있는 말을 자주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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